반도체 수출 호조에…1분기 기업 매출·영업이익 개선

by하상렬 기자
2024.06.20 12:00:00

한국은행,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 발표
기업 매출액증가율 전년동기비 1.2%↑
영업이익률 5.4%↑세전순이익률 7.4%↑
'고금리 여파' 부채비율 92.1%…안정성은 악화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우리나라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이 올 들어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 영향이다. 다만 고금리 여파로 부채비율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기업 안정성은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만2962개 외부감사 대상 법인 중 3979개 기업을 표본조사한 결과 기업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증가율은 1.2%를 기록했다. 전분기(-1.3%) 대비 증가 전환한 것이다. 1년 전(0.4%)보다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업종별로 나눠보면 제조업 매출액은 3.3% 늘어 전분기(0.9%)보다 개선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확대, 반도체 가격 상승 등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기계·전기전자업 매출액증가율이 13.8% 늘어난 영향이다. 비제조업의 경우 1.6% 감소해 전분기(-4.0%) 대비 감소폭이 축소했다. 운수업은 상하이컨터이너 운임지수 상승 등에 따라 5.9% 늘어 전분기(-7.3%) 대비 증가 전환했고, 전기가스업은 12.7% 감소해 전분기(-17.2%)보다 감소폭이 줄었다.

기업 규모별로 봤을 땐 대기업이 3.0% 매출액증가율을 기록해 전분기(-1.3%) 대비 증가 전환했다. 다만 중소기업은 매출액이 6.9% 감소해 전분기(-1.5%) 대비 감소폭이 커졌다.

자료=한국은행




1분기 수익성도 개선됐다. 기업 마진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4%를 기록했다. 전분기(2.6%), 전년동기(2.8%)보다 두 배 가까이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계절성이 있기에 보통 전분기비 대신 전년동기비로 따진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전년동기비 2.5%, 3.2%에서 5.4%, 5.3%로 개선됐다. 제조업은 기계·전기전자업(-3.1%→5.6%), 자동차·운송장비업(3.3%→6.0%)을 중심으로 상승했고 비제조업은 전기가스업(-7.2%→7.2%)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2.4%에서 5.7%로 두 배 이상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은 4.7%에서 3.8%로 영업이익률이 감소했다.

세전순이익률도 7.4%를 기록해 전년동기(5.0%) 대비 상승했다. 제조업(5.8%→8.9%)과 비제조업(3.9%→5.5%) 모두 전년동기보다 상승했다. 대기업(4.8%→8.2%)도 상승했으나, 중소기업(5.5%→3.7%)은 하락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로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고금리 여파로 부채 의존도는 높아졌다. 기업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92.1%로 전분기(89.2%)보다 2.9%포인트 올랐다. 이는 작년 1분기(95.0%) 이후 최대 수준이다. 2015년 이후 평균(89.5%)보다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차입금 의존도도 1분기 25.7%로 전분기(25.4%)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87.7%, 24.2%로 전분기(85.2%, 23.8%) 대비 상승했다. 중소기업 역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각각 114.3%, 32.1%로 전분기(108.9%, 32.0%)보다 상승했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과 대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의 개선세는 더디다고 평가했다. 강영관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전체적으로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전기·전자업이나 운수업 등 일부 업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으므로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의 업황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선되진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