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기업 성장성 3년 만에 최악 성적표…수익성도 반 토막

by하상렬 기자
2023.09.12 12:00:00

한국은행,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 발표
매출액증가율 -4.3%, 전분기比 4.7%p↓
영업이익률 3.6%…전년동기比 3.5%p↓
부채비율은 90.8%로 낮아져…배당금 지급 영향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우리나라 2분기(4~6월) 기업 매출액 증가율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중순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IT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다. 이에 따라 마진율은 1년 전 대비 반 토막 나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되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이데일리DB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만2962개 외부감사 대상 법인 중 3979개 기업을 표본 조사한 결과 기업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증가율은 2분기 -4.3%(전년동기비)로 전분기(0.4%)보다 4.7%포인트 둔화했다. 글로벌 성장세 둔화, IT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증가율이 2020년 4분기(-1.0%) 이후 2년 반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2분기 매출증가율은 2020년 2분기(-1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성적이다.

업종별로 나눠보면 제조업 매출액은 석유화학, 기계·전기전자업을 중심으로 6.9% 감소했다. 전분기(-2.1%)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이는 2020년 2분기(-12.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IT 경기 부진과 서버 수요 약세로 반도체 수출액이 줄면서 기계·전기전자업 매출액이 15.4%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비제조업 매출액도 0.7% 쪼그라들면서 전분기(3.6%) 대비 마이너스 전환됐다. 전기가스업이 전년도 매출액 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로 증가세가 1분기 19.8%에서 2분기 10%로 둔화했고, 운수업은 운임요금 하락 등 영향으로 -5.9%에서 -14.8%로 감소폭이 커진 영향이다.

기업 규모별로 봤을 땐 대기업이 -4.8%의 매출액증가율을 기록해 전분기(0.7%) 대비 마이너스 전환했다. 중소기업은 매출액이 2.0% 감소하면서 전분기(-1.2%)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자료=한국은행




수익성도 나빠졌다. 기업 마진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판매가격 하락 등으로 3.6%를 기록했다. 전년동기(7.1%) 대비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계절성이 있기에 전기비 대신 전년동기비로 따진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전년동기 8.6%, 5.1%에서 2.9%, 4.6%로 위축됐다. 대기업은 7.4%에서 3.3%로 더 크게 위축됐고, 중소기업은 5.8%에서 5.0%로 그나마 나았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크게 줄어든 것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기계·전기전자업이 12.1%에서 1.6%로 크게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부채 의존도는 다소 낮아졌다. 기업의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6월말 90.8%로 전분기말(95.0%)보다 줄었다. 영업활동에 기인했다기 보단, 미지급 배당금 지급, 매입채무 감소 등 영향이다. 이성환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기업들이 연말 결산 때 미지급 배당금을 잡은 이후 2분기 배당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며 “미지급 배당금으로 잡아놨던 부채가 지급되면서 부채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6월말 26.0%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대기업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86.8%, 24.4%로 전분기 대비 5.8%포인트, 0.7%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각각 110.8%, 32.8%로 전분기보다 4.2%포인트, 2.6%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