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종호 기자
2021.05.17 10:45:55
현대차가 9600억에 인수한 로봇 업체의 ''로봇 경찰견''
인질 사건 계기로 인종차별 등 논란 불거져..뉴욕서 퇴출
다른 주서도 비판 여론 "시민 자유 침해..도입 중단해야"
[이데일리TV 김종호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지난해 말 인수한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로봇 개 `스팟(Spot)`이 현지에서 줄퇴출 위기에 놓였다. 뉴욕과 로드아일랜드 등에서 로봇 경찰견으로 투입됐지만 최근 인종차별, 기본권 침해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로봇의 군사 및 감시용 활용에 대한 논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경찰국(NYPD)은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봇 경찰견 임대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로봇 경찰견을 도입하고 순찰과 조사 임무 등에 투입한 지 1년 만에 해당 사업을 백지화한 것이다.
뉴욕에서 경찰견으로 사용한 스팟은 현대차가 지난해 인수한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개발품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출신 연구진이 1992년 설립한 이 업체는 자율 주행과 인지 제어 등 로봇 운영에 필요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팟을 선보였다. 스팟은 작고 빠르며 유연한 몸놀림으로 계단 등 난이도 높은 장애물도 쉽게 통과했다. 4족 보행으로 균형감도 매우 뛰어나 순찰과 재해 현장 등 도입을 목적으로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서 러브콜이 잇따랐다.
뉴욕경찰은 지난해부터 스팟을 임대해 다양한 임무에 투입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뉴욕 브롱크스 지역에서 발생한 인질 강도 사건에 이 로봇을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경찰견이 그간 흑인 등 유색인종을 진압하는 임무를 주로 맡아왔다는 점에서 로봇 경찰견의 실제 임무 투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쏟아진 것이다. 특히 로봇이 사람을 감시하거나 공격하는 등 시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결국 뉴욕경찰은 1년 만에 로봇 경찰견 임대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미국 공권력의 상징인 뉴욕경찰이 스팟 도입을 철회하자 같은 로봇을 도입했던 로드아일랜드와 매사추세츠, 하와이 호놀룰루 등 경찰국에서도 로봇 경찰견 사용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실제 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일부 정치인들이 로봇 경찰견 사용을 금지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스팟이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도 군사 및 감시용으로 투입된 것을 고려할 때 유럽 등에서도 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프랑스군은 미래 전쟁터에서 로봇의 유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스팟을 테스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보스턴 다이내믹스 측은 “우리는 로봇을 사용하는 고객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며 ‘로봇의 무기화’ 문제를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약 96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첫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이다. 정 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사재 2400억원을 투입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로보틱스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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