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집값 잡히나 했더니…압구정현대 10억 급등 왜?

by강신우 기자
2021.03.22 11:00:20

전용196㎡, 63억원에 팔리며 ‘신고가’
“64억원에도 거래”…추가매도 소식도
조합설립前 ‘알짜아파트’ 사자세 강세
주민들 “보유세 많이 내는데 좋겠나”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돈이 많다면 당신은 어디 투자 하겠나.”(압구정동 인근 M공인)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현대1차’ 아파트에서 최근 신고가가 나왔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6주 연속 둔화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꺾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반전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압구정현대1차에서 신고가를 쓴 매물은 전용196㎡으로 63A타입(10층)이다. 63억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동에서는 11년9개월만에 팔린 것으로 지난 2009년 6월27일 30억원에 거래된 이후 11년9개월 만이다. 자그마치 33억원이 올랐다. 1년에 3억원 가량 오른 셈이다. 전체동에서는 지난 달 5일 51억5000만원(3층)에 거래된 이후 약 1개월만에 11억5000만원이 뛰었다.

압구정현대는 로얄동, 로얄층에 한강뷰가 따라오는 일명 ‘알알(RR)’ 여부에 따라 최대 3억원 가량 매매가 차이가 난다. 저층이 아닌 매물과 비교해도 값이 큰 폭 올랐다. 지난 1월14일 거래된 15층 매물은 53억9000만원에 팔렸다. 이보다도 10억9000만원이나 높다.

아직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동 11층 매물이 64억원에 거래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현 신고가보다 1억원 높은 값이다.

압구정현대 단지 내 H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압구정현대는 한강이 보이느냐에 따라서 매매가 차이가 3억원 가량 난다”며 “이번에 팔린 것은 로얄동으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같은 동 11층은 63억원에 거래됐다”고 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집값 상승세가 둔화한 가운데 압구정현대는 왜 나 홀로 급등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부동산원의 3월 셋째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6% 올랐다. 전주(0.07%)보다 0.01%포인트 상승폭이 줄었다. 6주째(0.09%→0.08%→0.08%→0.07%→0.07%→0.06%) 둔화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도 지난주(90.3)보다 낮아진 82.4를 기록하며 ‘팔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집값이 지난 겨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춤한 분위기다.

다만 압구정현대 등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지역은 양상이 다르다. 재건축 단지인 목동신시가지아파트가 있는 양천구는 4주 연속 0.11% 오르면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서초(0.09%), 강남·송파(0.08%) 등 강남3구의 상승률이 높다.

압구정현대의 급등세 역시 ‘재건축 기대감’ 때문이라고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더욱이 현대1차가 속한 압구정 3구역은 지난 9일 강남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조합설립 이후에는 매매 물건이 씨가 마르기 때문에 승인 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집주인이 부르는 값에 덜컥 사는 경우가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조합이 설립되면 1주택자의 10년 소유, 5년 보유한 물건만 조합원 지위가 양도돼 매매 물건이 현저히 줄어 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의무거주요건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매매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권 팀장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알짜배기 땅인 압구정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호가에 집을 사면서 신고가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압구정현대 원주민들은 이 같은 오름세를 마냥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값이 뛴다고 해서 재건축이 빨리 되는 것도 아니고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만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재건축추진위원회 측 주장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압구정현대나 강남 아파트를 원하는 절대적인 수요는 있지만 각종 규제로 니즈를 억누르다 보니 간혹 나오는 매물이 호가에 팔리면서 신고가가 나오는 것 같다”며 “주민 구성원 중 이제는 소득이 없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집값이 뛸수록 세금만 많이 내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