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손목터널증후군, 손가락 저림과 통증 나타나면 의심
by이순용 기자
2020.07.01 10:00:16
[김동민 바른세상병원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주부 이모 씨(여·54)는 집안일을 많이 하는 날이면 손목에 시큰시큰한 통증이 있었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았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어 방치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손가락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지 부은 느낌과 함께 손에 쥐가 나는 날이 많았고, 손에 힘이 빠져 물건을 떨어트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상한 생각에 병원을 찾은 이 씨는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손이 저리거나 시큰거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주부나 요리사, 악기 연주자 등과 같이 손이나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손 바닥에 있는 두꺼워진 인대가 손으로 가는 신경을 압박해 손이 저리고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남성보다는 주로 중년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병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9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50~60대의 비율이 전체 환자의 62.9%이며 그 중 여성의 비율은 무려 8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의학적인 원인과 일상생활 속에 반복되는 행동에 의한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여성은 남성에 비해 관절을 받치고 있는 근육이나 인대 등이 남성보다 약해 연골손상에 취약한 편인데, 폐경 후 여성 호르몬의 변화로 뼈와 연골이 급격히 약해져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또 생활습관적인 측면에서도 평소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의 경우 빨래와 청소, 요리 등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복되는 손과 손목사용으로 인대가 두꺼워져 손으로 가는 신경을 압박하면서 발병하게 된다.
손목터널증후군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엄지와, 검지, 중지, 환지의 절반 부위가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손저림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손끝이 유난히 시리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손목터널증후군 치료의 핵심은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다. 장기간 방치할수록 엄지 쪽 뿌리 근육이 약해져 집거나 쥐는 등의 손 기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치료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 주사 치료 등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저림 증상이 심하거나 손바닥 쪽 근육 위축 또는 악력이 감소하게 되면 수근관을 넓혀주는 횡수근 인대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다. 가벼운 손저림이라도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수부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평소 손목터널증후군의 예방을 위해서는 손과 손목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손가락이나 손이 뻐근할 때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5초 동안 서서히 푸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손과 손목 사용이 많았거나 미세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손목 부위에 10~15분간 온찜질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