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10.16 15:37:17
공정위 "언제든 인강 환불 가능"..실상은 딴판
소비자상담 연 6000건..중도해지 거절-위약금 과다 82%
영업정지 받아도 이름 바꿔 개업.."정부도 수년째 알아"
공정위·교육부·교육청 "관리인력난, 규제 사각지대 있어"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 주부 김은영(41)씨는 지난 7월 룽투코리아(060240)의 인터넷강의(인강) 서비스인 와콩을 통해 초등학교 6학년 딸의 영어·수학 등 전과목 인강을 계약했다. 학원비보다 낮은 가격대(할인가 월 17만원)여서 큰마음 먹고 18개월분 306만원을 할부로 계산했다. 하지만 강의 내용·방식이 기대 이하였다. 김씨는 계약 35일 만에 중도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16일 현재까지 김씨는 환불을 받지 못하고 300여만원을 떼일 처지다. 김씨는 “정말 친절하셨던 분들이 갑자기 ‘배째라’ 식으로 돌변했다”고 전했다. 업체는 ‘6개월 수강 기간을 충족하지 않아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국소비자원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피해상담을 했다. 상담사는 “6개월 의무약정은 부당행위”라며 업체 측에 시정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자 이 업체는 김씨에게 ‘84만8000원이 입금돼야 해지가 가능하다’고 문자로 알려왔다. 김씨는 “1달 정도 이용했는데 두달치 수강비(할인 이전 정액가)를 비롯해 80여만원을 내는 건 과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는 “많이 빼드린 것”이라며 “보내드린 금액이 입금돼야 해지가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최근엔 업체 담당자와 통화조차 힘들어졌다. 김씨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로 피해신고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학생, 취업준비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강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신고된 피해액이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한다. 공정위가 최근 “불공정 인강의 약관을 개정해 언제든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딴판이었다. 그런데도 공정위, 교육부, 교육청 등 관계부처는 책임회피성 팔밀이만할 뿐 제대로 된 피해구제 마련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6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공정위·소비자원의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올해(9월 기준)에만 5528건에 달하는 인강 관련 소비자 상담이 진행됐다. 2014년(6765건), 2015년(6280건)에 이어 올해도 연간 6000건이 넘을 전망이다. 피해 상담 상당수는 김씨처럼 중도해지를 못해 환불을 못 받은 경우였다. 피해구제 신청으로 인정된 상담건(총 497건) 중 중도해지 요청을 거절 당했거나 위약금이 과다하게 청구된 경우가 82.1%(408건)을 차지했다.
방문판매법(31조)에 따르면 소비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소비자가 인강 중도해지를 요청한 경우 ‘해지일까지의 이용일에 해당하는 금액과 잔여기간 이용금액의 10% 공제 후 환불’받도록 규정돼 있다. 학원운영법·평생교육시설운영법에도 수강기간에 따라 환급액이 규정돼 있다. 헤드셋 등 학습기기(사은품)는 그대로 반환하거나 시중상품 가격 또는 손율 등을 환급액에 반영하게 된다. 사업자 책임의 경우에는 환불액이 더 늘어난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규정에도 없는 ‘6개월 의무약정’ 규정을 계약서에 넣거나 자의적으로 환불액을 정해 소비자들에 일방통보하는 실정이다. 1372 상담사는 “몇 개월 인강 수강을 했는데 환불도 못 받고 200만원 이상 날리는 경우도 많다”며 “몇년 전부터 룽투코리아를 비롯해 고질적인 인강 피해를 교육부, 서울시교육청에도 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관리감독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 공백도 크다. 오는 11월30일 시행되는 학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교습학원이 등록말소(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1년 이내 동일 장소에서 관련 학원의 설립·등록을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강은 장소 제한이 없고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이름을 바꿔 등록을 해도 막을 방도가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강 업체가 영업정지 등 페널티를 받아도 학원법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는 그런 사각지대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부처들은 관리인력이 부족하고 소관 부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악덕업체라는 걸 우리도 알지만 업체가 환불을 계속 안 해주고 버티면 어쩔 수 없다”며 “약관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교육부에 관리감독 협조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의 학원정책팀 실무자가 3명뿐”이라며 “지도권한은 이미 교육청으로 위임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도 관리감독 인력난에 처해 있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