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함정선 기자
2010.10.21 12:41:24
구글, OS 지위 이용해 모바일 검색 영향력 확대
국내 포털들 "국내 모바일검색 선점당할라" 위기감
"OS 등 연구개발 소홀했다"지적도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포털 `다음`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검색창을 기본 탑재하는 것과 관련 "소비자선택권 박탈"이라며 공정위 제소를 검토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에서 본격화하는 모바일검색시장에서 구글에 선점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스마트폰 OS를 장악한 구글이 이를 기반으로 검색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국내 포털사들이 OS 등 기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등 투자를 소홀히 한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에는 바탕화면에 기본적으로 구글 검색창이 탑재돼 있다.
검색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검색창이기 때문에 바탕화면에서 바로 검색어를 입력해 편리한 기능이다. 이는 OS와 검색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구글이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게다가 구글의 검색과 지도, 동영상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뿐 아니라 애플의 아이폰에도 기본 탑재되고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위상 덕분이다.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할 OS로 손꼽히는 안드로이드 제공업체이기 때문에 구글은 이같은 지위도 이용할 수 있다. 경쟁업체의 검색창 등을 기본 탑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제조해야 하는 제조사들은 구글의 이같은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처지로,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게 국내 포털들의 위기감이다.
모바일 시장에 사활을 건 국내 포털들은 이같은 구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출시 초반에는 국내 제조사와 협의, 검색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탑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구글이 최근 이같은 타 서비스 기본 탑재를 견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뿐 아니라 통신사와도 국내 포털 기본 탑재 배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내 포털들은 이런 구글에 대응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제조사와 협의도 진행하는 등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다음(035720)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까지 검토하고 있으며 NHN(035420)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의 견제가 계속될수록 피해를 입는 것은 국내 포털이다. 이미 스마트폰 주도권을 구글에 넘겨주고 시작한 싸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내 포털들의 이같은 상황은 지난 2000년대 초 마이크로스프트(MS)의 공습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MS는 OS인 `윈도우`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 메신저, 동영상 재생 서비스 등을 OS에 기본 탑재해 제공했다. 이 때문에 당시 국내 메신저 시장은 MS의 메신저인 `MSN`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때 메신저 시장의 20% 수준을 차지했던 다음은 MS의 독점 때문에 메신저가 성장하지 못한다고 보고 MS를 공정위에 제소했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다음이 승리했다. 그러나 다음은 이미 메신저 시장을 MSN에 넘겨준 후였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포털들은 OS 주도권을 빼앗기면 웹서비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으면서 똑같은 일을 다시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라진 것은 무대가 PC에서 모바일로 바뀌었다는 점과 상대가 MS가 아닌 구글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포털들의 준비성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국내 포털들이 지난 10년 동안 연구개발(R&D)에 제대로 투자했다면 모바일 OS 개발이 가능했을 수 있다는 것. 구글 역시 검색업체지만 OS와 웹브라우저까지 개발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