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정태 기자
2009.12.10 14:33:00
정부-업계 목표는 일치
전제조건서 이견.."전폭 지원위해선 유통투명화"vs "체력약하니 지원부터"
컨트롤 타워·신약군대·신약펀드 등 구체적 의견도
[이데일리 문정태기자]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지식 기반, 인적자원 기반산업으로 경기침체와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성장 해왔다. 하지만, 업계 1위 업체가 매출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전체산업 생산액이 14조원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정부도, 제약업계도 앞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신약 개발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이 모범답안이라는 점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답안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우 느리고 혼란스럽다는 자조도 나온다. 그 길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신약개발에 대한 정부의 계획이 시작된 것은 지난 90년대 초반 김영삼 정부 때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신약개발의 지원에 나선 것은 지난 2006년 정부가 `국가신약개발산업`이라는 것을 발표한 뒤부터다. 이후 매년 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신약개발에 지원되고 있다.
최근에는 식약청이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의약품 제품화 기술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의 문을 열어 신약개발을 지원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지원센터에서는 의약품 인허가를 위해 기업이 준비해야하는 품질·독성·약리·임상시험 등에 대한 기술상담을 R&D 초기단계부터 지원, 의약품의 제품화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진입을 촉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복지부는 현재 연간 3000억원에 못미치는 임상시험 연구비 수주 수준을 2013년까지 1조원 규모까지 늘려 제약산업 세계 7대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약사들도 신약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약개발 부문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곳은 동아제약(000640)이다. 이 회사는 이미 국내에서 판매중인 `자이데나`의 해외임상건을 포함해 총 20개가 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신약개발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곳은 SK케미칼(006120)이다. 이 회사는 17개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임상3상시험을 진행중인 간질치료제를 비롯해 신경병성통증, 우울증, 비만치료제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일동제약은 항암제 4개 품목, 뇌질환 치료제 3개 품목, 항생제 2개 품목을 비롯해 총 11개의 신약을 개발중이다. LG생명과학(068870)은 팩티브의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임상3상을 비롯해 10건의 신약을 개발중이다. 대웅제약 역시 EGF의 적응증 추가를 위한 3상임상을 포함, 총 10건의 신약개발 연구를 진행중이다.
제일약품과 한올제약은 각각 8개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종근당, 동화약품,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6개의 신약을 개발중이며 녹십자,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은 5건의 신약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면서 해외진출을 통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신약개발이 살 길`이라는 데에는 정부와 업계가 모두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정작 무엇을 할 것이냐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식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약개발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약산업의 유통투명화는 풀어야할 절실한 과제"라며 "제약산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정부로서도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는데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가약 인센티브제나 리베이트 약가 연동 등의 약가인하 방안도 궁긍적으로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유통투명화도 좋고 약가인하방안도 좋은데, 정부가 너무 극단적으로 몰아부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업계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가 제약산업을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면 업계의 고충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고 반영해 줘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바라는대로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과 R&D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선지원 후규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의 생각이 간극을 보이면서 `어떻게 해서든 의약품 유통투명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고수하는 보건 당국과, `열악한 현실을 우선 감안해달라`는 입장이 평행선을 긋는 한 발전은 요원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함께 제약업체들의 연구개발 노력도 자주 도마에 오른다. 다국적기업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다는 것.
통상 국내 제약사들의 R&D 투자비중은 전체 매출의 4~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LG생명과학과이 수년간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왔으며, 동아제약과 일양약품 등이 10% 내외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매출 대비 투자비중이 높다고 해도 다국적기업에 비해 외형이 작아 투자금액은 턱없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정부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약개발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 나뉘어져 각각 운영되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신약개발 R&D를 총괄·조정하고 산-학-연 연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를 통해 ▲중장기 신약개발 R&D 전략 수립 ▲ 부처간 역할 조정 ▲ 신약개발과 관련된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진건 중외제약 전무는 "한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 신약개발을 독려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연구 지원 특히 연구비를 나눠주기식으로 여러 곳에 배분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조합 상무는 "신약개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환경 조성을 국가가 중심이 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제약기업이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을 통해서 건실한 경영 체질을 이룰 수 있도록 국가가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와 육성이 혼재된 제약산업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와 정책체계 정비, 지원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제약업계의 부족한 재원을 보강하기 위해 현재 정부 출연금을 통한 연구비 지원 이외에 신약개발 전문펀드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인력양성을 위한 정부의 획기적인 실행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다.
배진건 중외제약 전무는 "우수한 인력들을 외국으로 보내 선진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신약군대`를 만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며 "1명당 5만달러씩 50명을 지원한다고 해도 1년에 30억원 정도의 예산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들이 당장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문제될 것이 없다"며 "그 중 일부라도 한국에 돌아와서 신약개발에 매진, 성과를 낸다면 한국이 얻게 될 부가가치는 수십 수백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제약회사들의 개별적인 노력도 배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규돈 LG생명과학 상무는 "우리 제약산업의 가장 취약한 약점은 우리가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약은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제약사들이 한미약품 같은 회사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