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분양가 공개와 환경논리

by윤진섭 기자
2006.09.29 16:40:50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8일 MBC방송의 `100분 토론`에 출연해 분양가 공개 방침을 밝히면서 판교신도시를 예로 분양가 인상의 메커니즘을 설명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판교를 우리 건설교통부에서 좀 촘촘히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그것을 용납하지 않아서 용적률을 많이 낮춰버렸습니다. 많이 낮추니까 자연히 땅이 넓어지고, 세대 당 토지 지분이 넓어지고, 땅값이 엄청 많이 치이게 된 것이죠? 그런 것이 판교 가격의 핵심적인 것이지,,,"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현재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이유와 분양가제도 개선위원회가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주제를 시사하고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입니다.



현재 분양가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이를 민간 아파트까지 확대 적용할 것인지 여부와 분양가 공개 항목을 어디까지 잡을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시민단체에서는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더 늘리고, 민간 아파트도 전면적으로 원가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간업체는 원가공개 자체를 반대하거나 설령 공개를 하더라도 최소 범위만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분양가 제도 개선위원회가 중요시해야 할 부분은 `분양가를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분양가를 어떻게 낮출 수 있을 것인가`여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 서민들의 관심사도 분양원가 공개 여부 자체가 아니라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를 어떻게 내릴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가 노 대통령의 지적대로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환경논리가 집값을 올리는 구조는 대략 이렇습니다. 아파트 분양가는 통상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쳐 산정합니다. 여기에는 원가부분에 해당하는 택지매입. 조성과 아파트 건설, 분양 과정에서 시행사와 건설사들에 돌아가는 일정액의 이익이 포함돼 있습니다.


건축비의 경우 정부가 공공택지 내 아파트의 건축비를 규제하면서 민간 업체들의 운신 폭이 줄면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고 택지비가 사실상 분양가를 결정하는 상황입니다.

일례로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은평뉴타운 34평형(평당 1151만원)의 경우 분양가 중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3% 선인 평당 636만원입니다. 토지 수용 방식의 문제점도 있지만, 땅값이 워낙 많이 올라서 땅을 수용하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싸게 사들인 땅을 환경보전이라는 명분에 묶여 개발밀도를 턱없이 낮춰 놓는 등 비(非)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데서 고분양가 논란이 빚어집니다.

예컨대 은평뉴타운의 경우 녹지를 많이 배치하다 보니 전체 면적에서 대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1%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대지 위에 지을 수 있는 용적률은 150%에 불과하고 1ha에 거주하는 인구는 122명 선입니다.

이는 판교 용적률(122%) 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ha당 인구는 분당(184명)의 3분의 2 수준입니다. 물론 ha당 300명이 넘는 평촌, 산본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인구 밀도 인 셈이죠.

용적률을 10% 정도 상향 조정하면 대략 3000가구 안팎을 더 지을 수 있고, 이에 따라 분양가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정부는 이 같은 개발 밀도와 분양가 인하의 경제학을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이를 용적률 상향 조정 등 정책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입니다. 판교의 개발밀도를 상향조정하는데 대해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극렬 반대하면서 오히려 가구 수를 줄였던 사례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친환경 주거를 개발한다는 원칙에 이견은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용적률이나 녹지율 확보는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환경논리가 너무 지나치게 적용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환경논리와 경제논리가 정확히 어디에서 접점을 이뤄야 할지 정답은 없습니다. 사회적인 합의가 그 전제가 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고분양가 논란과 집값 상승에 대한 불만이 한없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논리`를 도외시 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지 않나 하는 게 기자의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집값도 완벽하게 잡고, 쾌적한 친환경 주거문화도 가꾸자는 이야기는 마치 `잡을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것처럼 보입니다.

분양가 제도 개선위원회는 이런 논의가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소통의 채널의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부는 환경. 시민단체들의 눈치만 보지 말고 필요하다면 이들을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또 환경, 시민단체들도 `환경논리`로 배수진을 펼 것이 아니라 위원회에 참여해 분양가 인하를 위해 적정 규모의 환경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가뜩이나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분양가를 잡을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