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UAE 편드는 트럼프…"사업이익 때문" 의혹제기(종합)

by방성훈 기자
2017.06.18 17:49:03

"카타르 단교 후 사업관계 사우디·UAE 지지…이해상충 우려"
트럼프, 사우디 왕가와 20년 사업…UAE서도 골프장 수익
카타르와는 현지진출 실패 이후 사업거래 전무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소 20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사업을 해왔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선 골프장 운영 및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돈을 벌었다. 하지만 수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시장엔 진출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 단교’ 사태와 관련해 사우디와 UAE 등을 편들고 있는 이유가 사업 이익을 위해서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해 개인 사업에서 이익을 추구한다면서 이는 새로운 이해상충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미국 내에서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고 있으며 시민단체들과 민주당 등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사우디, 바레인, UAE, 이집트 등 중동 4개국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고 외교관계는 물론 항공·해상·육상 등의 길을 모두 차단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는 막대한 테러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와 UAE를 지지한다”면서 편가르기를 분명히 했다. 또 카타르 단교 사태가 자신의 중동 순방의 성과라고 포장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미 국방부 및 국무부와 입장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외교적·군사적 우려를 키웠다. 사우디와 UAE는 물론 카타르도 미국에게 있어선 매우 중요한 동맹국들이다. 특히 카타르엔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미 공군기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UAE 등의 편에 선 것은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라게 NYT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5년 사우디 왕자와 싱가포르 투자자가 참여한 파트너사에 플라자호텔을 3억2500만달러에 매각했다.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은 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벗어났다. 당시 투자에 참여했던 사우디 왕자는 앞서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요트를 1800만달러에 구매하기도 했다. 이후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는 내 아파트를 사기 위해 4000만달러, 5000만달러를 쓴다. 내가 그들을 싫어할 것으로 보는가? 나는 그들을 매우 좋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달 해외순방으로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사우디는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운영하는 미국 인프라펀드에 2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만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및 맏딸 이방카 트럼프와도 가까운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UAE와도 사업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UAE 두바이에 국영 개발업체와 손잡고 호텔을 지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UAE 사업에서 손을 뗐으나, 자녀들이 2010년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기 위해 UAE를 찾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013년과 2014년 ‘두바이의 트럼프’로 불리는 부동산 개발업계의 큰 손, 후세인 사와니와 손을 잡고 골프장 두 곳의 운영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해 5월 제출한 재산내역에 따르면 이 골프장은 문을 열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2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의 수익을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공개된 재산 내역에는 두바이 수입이 별다른 설명 없이 16개월 동안 1만3000달러라고만 적혀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사와니는 지난 해 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그에게 추가로 20억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으며, 미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신년맞이 파티에도 참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사와니의 가족을 “멋진 사람들”이라고 칭찬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두바이의 골프장 개장식에 참석했으며, 지난 달 16일엔 사와니가 트럼프 주니어와 식사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에서도 꾸준히 사업 기회를 모색해 왔다. 지난 2010년 소규모지만 카타르 진출에 성공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와 사업적으로 엮였던 일은 카타르 국적 항공사에게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타워 사무실을 임대해준 정도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항공사가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추가 교류는 전무한 상태다.

겉으로는 테러 지원 척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포장하고 있지만 그가 NYT 보도대로 사업 이익을 위해 공적인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내 이해상충 우려도 문제지만 카타르 국민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단교 사태 이후 인권 침해 등 적지 않은 고통을 받고 있어서다. 카타르 정부가 소유한 알자지라 방송의 클레이튼 스위서는 최근 칼럼에서 “5~10년 전 뉴욕 부동산 재벌이자 리얼리티쇼 진행자의 투자를 거절했다가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백악관 입성 후에도 개인적 사업적 이해를 유지하고 있는 40년 만의 첫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