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서 멍투성이로 숨진 고교생…신도 2명, 친모 기소

by이재은 기자
2024.06.21 11:35:33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
친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
檢 “결박으로 인한 혈전 탓에 사망”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인천의 한 교회에서 고교생이 멍투성이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교회 신도 2명과 친모가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방인권 기자)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정희선)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교회 합창단장 A(52)씨와 단원 B(41)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당초 이들은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송치됐지만 검찰은 죄명을 바꿔 재판에 넘겼다.

또 숨진 고교생 C(17)양의 어머니(52)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지난 2월부터 4월 15일까지 인천 남동구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C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다른 합창 단원이자 신도인 D(54)씨와 함께 교회 숙소에서 C양을 감금하고 두 발을 결박하는 등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A씨 등과 같은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C양의 어머니는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교회 신도인 그는 2월께 A씨의 제안을 받아 세종시에서 함께 살던 딸을 인천에 있는 교회 합창단 숙소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피해자를 장기간 감금하고 학대하면서 가혹한 방식으로 몸을 결박했다”며 “그 결박으로 생긴 혈전 탓에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전면 재분석하고 포털사이트 검색 기록도 압수수색을 통해 새로 확보했다”며 “건강 상태가 위독한 피해자를 병원에 보내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결박해 학대한 결과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C양은 지난달 15일 오후 8시께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시간 뒤 사망했다.

경찰이 소방 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으로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B양이 교회 내 방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그는 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으며 양쪽 손목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A씨 등은 C양을 학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