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원에 기업대출 부실 감소 착시…신용위험평가·대손충당금 기준 개선해야"

by이윤화 기자
2022.06.22 11:00:00

한국은행,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금융지원 등으로 성장률 하락에도 기업대출 부실 개선
기업대출 예상손실, 예상외손실 각각 1.6배, 1.3배 늘어
손실 현실화시 은행 자기자본비율 최대 1.4%p나 감소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경제성장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의 기업대출 부실 수준은 오히려 개선되는 ‘부도 갭’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정부의 금융 지원, 대출 완화 등의 조치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정책 효과를 제외하면 기업대출의 잠재 신용손실이 최대 1.6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이 본격 반영된 2020년 2분기 성장률이 -2.5%로 직전 분기인 1.5%대비 큰 폭 하락했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기업전체, 중소기업 각각 1.1%에서 1.0%, 0.9%에서 0.8%로 모두 0.1%포인트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은 대출채권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개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여신부터 그 이하 여신(고정이하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기저효과를 누렸던 작년 이후 올해 1분기 성장률이 3.0%로 2021년 4분기(4.2%)에 비해 떨어진 상황에서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기업전체, 중소기업 각각 0.6%, 0.5%에 불과해 더 낮아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카드사태 당시 부실여신비율이 경제성장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은은 2020년 4월부터 시행된 중소기업 금융지원조치에 더해 금융권 대출 규제 유연화 조치, 양호한 자본 비율 등이 부실여신 발생을 제약하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향후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는 등 금융 여건이 변화 할 경우 업황 개선이 더뎌 정책 수혜를 더 많이 받은 기업을 중심으로 그간 누적된 잠재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단 점이다.

한은이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효과 등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업대출의 잠재신용손실을 예상손실과 예상외손실(예상손실을 뛰어넘는 손실)로 구분해 추정한 결과 2020~2021년 기간 평균 기준 정책효과가 포함된 경우에 비해 각각 1.6배, 1.3배 손실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손실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최대 1.4%포인트나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 대손 관련 적립 수준(대손충당금 순적립액과 대손준비금 적립액 합계)은 정부의 정책 지원 효과를 제외하고 추정한 신용손실 분포의 하위 25~45%에 그치며 예상손실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 대손 관련 적립 수준이 신용손실 분포의 상위 75~95%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국내은행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잠재 신용손실 현실화 가능성 등에 대비하기 위해 신용위험평가,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개선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적용하는 신용리스크 평가가 향후 경기전망, 위기상황, 정책효과 등을 적절히 반영하지 않아 대손충당금이 적은 수준으로 적립되지 않도록 관련 모범규준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 금융지원 등 정책 효과에 예상손실이 실제보다 적게 산정될 수 있는 시기에는 대손충당금 최저 적립 비율(감독목적 충당금)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