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볼턴 회고록 23일 출간…트럼프-김정은 뒷얘기 '주목'

by방성훈 기자
2020.06.21 19:00:00

美법원, 출간금지요청 기각…"막아봤자 실익 없어"
"볼턴, 국가안보 위협…수익몰수·형사처벌 가능성"
트럼프 "큰 승리…볼턴에 폭탄 떨어질 것" 처벌 예고
지속되는 북미회담 폭로…어떤 내용 더 담겼나 주목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법원이 사전 공개된 내용들 만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출간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볼턴 전 보좌관이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며, 회고록 출간에 따른 수익을 몰수당하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회고록 출간에 장애물이 사라진 만큼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내용도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이날 미 법무부가 요청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간 금지명령을 기각했다.

램버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법무부가 회고록 출간을 막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인지를 입증해내지 못했다며 기각 이유를 적시했다. 아울러 오는 23일 출간 예정을 앞두고 미 전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회고록 수십만부가 배포된 데다 일부 언론사에서도 입수해 내용을 공개한 만큼 출간을 금지한다고 이미 발생한 피해를 되돌리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회고록이 출간한 이후에도 법원은 이를 몰수하거나 파기토록 명령하지 않을 것이라고 램버스 판사는 덧붙였다.

하지만 램버스 판사는 볼턴 전 보좌관이 기밀누설 금지 의무를 위반해 국가안보를 위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출간금지 요청과는 별도로 미 법무부가 볼턴 전 보좌관과 벌이고 있는 민사소송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16일 법원에 볼턴 전 보좌관이 기밀누설 금지 등 고용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날 일부 발췌록이 공개되자 출간 금지 명령을 법원에 재차 요청했다. 이번 판결은 출간 금지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법원 결정을 환영하며 자신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에 “수익과 기밀누설 금지 위반에 대해 강력하고 힘있는 결정이 이뤄졌다”면서 “볼턴은 치러야 할 큰 대가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법을 어겼다. 이제 그에게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 법원의 결정으로 회고록 출간은 오는 23일 정상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내용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회고록을 사전 입수한 미 일부 언론사들은 일부 내용을 지속적으로 공개하며 잠재적 독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유엔 대북제재 해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 필요성에 의문을 드러내며 한국이나 참모진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훈련 축소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도 추가 보도됐다.

미 언론들이 전한 회고록 발췌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이 끝날 무렵 “유엔 제재 해제가 다음 순서가 될 수 있느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성은) 열려있다. 생각해보길 원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똑똑하고 진실하고 훌륭한 성격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고 ‘아첨(flatterd)’을 떨었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김 위원장이 낙관적 기대를 갖고 회담장을 떠나게 됐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묘사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대한 내용도 추가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도중 “달러 낭비”라며 훈련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김 위원장이 “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해달라”고 요구하자 한국이나 참모진 등과의 아무런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즉답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왜 그렇게 많이 주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앞서 공개된 회고록 발췌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싱가포르 회담이나 지난해 판문점 회동 등을 단순한 선거 홍보용 행사로 여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은 실질적 의제는 없었고,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의도가 전부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절실히 원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명에서 “책의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도덕적 모순일 뿐 아니라 미 국민들의 이익과 가치를 보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성스러운 의무를 어기는 것”이라며 공세를 예고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이 출간 예정인 회고록 표지. 출처 : 아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