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대책 일주일]서울 분양권 전매 제한에 실수요자 몰려…주말 모델하우스 20만명 북적

by정다슬 기자
2017.06.25 18:46:16

"투기세력 빠져 경쟁률 하락 기대" 모델하우스 열기 전부터 장사진
규제 피한 오피스텔, 규제 약한 경기도 ''풍선효과'' 

△지난 23일 개관한 서울 은평구 증산동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모델하우스에 수요자들이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원다연 기자] 정부의 6.19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처음으로 맞은 주말 전국에서 10개 단지가 모델하우스가 개관했다. 전매제한, 대출 규제 강화 등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규제가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자칫 분양시장 과열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조정대상지구로 선정돼 규제 강화를 직격으로 받는 지역조차 수요자들의 발길로 분양 열기가 뜨거웠다. 23~25일 주말 3일간 20만이 넘는 인파가 내 집 마련이나 투자처를 찾기 위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 모델하우스 앞 줄서기 행렬에 동참했다. 오피스텔 등 규제의 영향력을 피해가는 상품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모습도 보였다. 

◇규제 아랑곳없는 분양시장…실수요자들은 ‘환영’


24일 오전 10시 20분 서울 은평구 증산동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모델하우스 앞에는 놀이기구 대기 줄을 연상케 하는 구불구불한 대기 줄이 늘어섰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다보니 대기 줄을 두 줄, 세 줄로 만들어 놓은 탓이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사람들이 몰리며 체감온도는 더욱 후끈 달라올랐지만 사람들은 묵묵히 줄이 줄어들기만을 기다렸다. 분양 관계자는 “오전 10시 오픈 전부터 대기 줄이 생겨서 인근 주유소로부터 영업을 못하겠다는 항의가 들어올 정도”라며 “예상보다 사람이 너무 몰린 탓에 사업팀도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정부의 6·19 대책 규제가 적용되는 첫 분양 단지이다. 이에 따라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1년 6개월에서 입주 전까지 늘어난다. 이런 제한에도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몰려든 풍경은 대책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한모(31) 씨는 가지고 있는 고양 향동지구의 분양권을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는 오는 8월 팔고 이쪽으로 갈아탈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색·증산뉴타운의 첫 분양물량이라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평가여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있다”며 “입주까지 전매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만약의 경우 전세로 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은 오히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강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마포구에 사는 이모(56·여) 씨는 “아들이 살 집을 마련하는 거라 전매 금지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오히려 투기세력이 빠져서 경쟁률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는 집을 팔고 작은 평수의 새 집을 마련하고자 이날 모델하우스를 찾은 박모(65·여)씨도 “오전 9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모델하우스 앞에서 한 시간, 안에 마련된 유닛을 보느라 한 시간, 분양상담 신청을 위해 한 시간을 기다렸다”며 “당첨되기만 한다며 기다린 고생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규제 자유로운 오피스텔·경기도 일대로 ‘풍선효과’

재건축 사업 열기가 뜨거운 강동구 고덕동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모델하우스도 개관 첫날인 23일부터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강동구는 이미 지난해 11·4대책부터 아파트 분양권의 전매제한이 입주 때까지 금지됐기 때문에 이번 규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없다. 

다만 이번 규제에서 문재인 정부가 재건축 사업을 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이 일대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있었으나 시장은 이런 우려를 가볍게 넘어선 모습이다.

규제 적용을 받지 않은 오피스텔로 투자수요가 몰려드는 모습도 연출됐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이모씨는 “오피스텔은 2주택에 포함되지 않고 규제 대상이 아니여서 노후대비용 투자 목적으로 청약을 하러 왔다”며 “그래도 대책 발표 뒤라 사람들이 조금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당첨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에 청약하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는 김모(63·강동구 고덕동)씨도 “최근에 하남 미사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에도 온 가족이 나서 청약을 했는데도 사람이 많이 몰려 당첨이 안됐다”며 “앞으로는 서울 전체에서 분양권 전매가 힘들어지고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오피스텔로 수요가 더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문을 연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들어선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 도 방문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모델하우스를 입장하는 대기줄이 500m 이상 길게 늘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개관 이후 주말까지 3일간 하루 모델하우스 찾은 방문객만 5만 5000명. 모델하우스가 들어선 오리역 일대는 교통이 일제히 마비되며 단지에 대한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분양 관계자는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는 전매제한 기간이 1년 6개월로 전매제한이 원천 금지된 서울에 비해 규제가 약하게 적용된 데다 판교에서 4년 만에 나온 민간분양 아파트로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가 발표됐지만 분양시장의 열기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내 집 마련과 새집으로 갈아타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 정부가 규제를 내놓는다고 신규 분양 수요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신규 분양 물량이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고분양가에 대해 수요자들이 어느 정도 용인하고 사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하반기에도 용산, 신길, 잠원 등의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분양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반면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는 지방 비인기지역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