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11.08.17 14:51:05
스마트TV도 OS 경쟁구도로 흐를 가능성
삼성, LG 등 기존 강자들도 촉각 세워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스마트폰 사업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의지 외에도 셋톱박스 사업을 활용해 지지부진한 스마트TV 사업을 강화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
구글과 애플이 TV사업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N스크린` 전략에서 TV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N스크린 전략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TV 등 N개의 스크린 위에서 동일한 운영체제(OS)를 통해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업계에선 이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모바일 OS에 이어 스마트TV 분야에서도 양사간의 격돌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전조(前兆)`로 여기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총 125억달러에 인수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에는 휴대폰 사업 외에 셋톱박스 사업이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소니, 로지텍 등과 손잡고 스마트TV를 선보였음에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구글은 휴대폰 사업 못지 않게 셋톱박스 사업에 군침을 흘려왔다.
당시 구글TV의 패착은 기존 거대 방송사들과의 불협화음의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ABC와 CBS, NBC 등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구글TV에 콘텐츠를 송출하지 않았다.
스마트TV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킬러 콘텐츠의 상당수가 주문형비디오(VOD)라는 점에서 방송사들의 결정은 구글TV 실패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
구글은 이 난관을 모토로라의 셋톱박스 사업을 통해 헤쳐나갈 전망이다. 모토로라의 셋톱박스 사업은 시스코와 업계 수위 자리를 다투는 `알짜배기`. 이미 100만대 이상의 제품을 판매한 검증된 사업부문이다. 게다가 각종 방송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 셋톱박스에 구글 플랫폼을 연동시켜 스마트TV까지 연착륙시킨다면 구글 생태계는 더 공고해질 수 있다.
IT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125억달러나 투자한 점은 분명 과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스마트폰 외에 모토로라가 방송 시장에서 가진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스마트TV 시장까지 공략하는 발판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글의 움직임은 애플의 스마트TV 완제품 출시설과 맞물려 더욱 주목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에서도 양사간의 OS 싸움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말께 애플표 스마트TV를 공개한 뒤 내년 런던올림픽에 맞춰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가 아닌 아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TV 완제품이다. 내년 1분기 중 출시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N스크린 전략의 완성을 위해서는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은 아이TV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스마트TV 시장 역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구글과 애플의 양자 구도로 짜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OS 경쟁에서 구글과 애플에 한발 뒤진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TV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뚜렷한 진전은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