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맞았던 'R&D 예산' 대폭 늘린다…의료개혁 전면배치

by이지은 기자
2024.03.26 11:01:17

[2025년 예산안 편성지침]
15% 줄어든 예산…혁신·도전형 R&D 투자 확대 예고
필수·지역의료 지원 강화…지역의료전달체계 개편
국가장학금, GTX 등 민생토론 과제도 대거 반영돼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윤석열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올해 칼바람을 맞아 지난해 대비 15% 줄어든 R&D 예산이 내년엔 올해 삭감액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집권 3년 차 들어 중점 추진 중인 의료개혁 과제도 정부 예산을 활용해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6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했다. 각 부처는 이 지침에 기반해 오는 5월까지 예산요구서를 마련해 기획재정부에 내야 하고,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9월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김동일 예산실장(가운데)과 유병서 예산총괄심의관(오른쪽) 등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과 2024년 조세지출 기본계획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R&D 예산은 건전재정을 표방하는 정부가 선정한 대표적인 지출 구조조정 항목이었다. 당초 정부는 ‘R&D 카르텔 혁파’를 앞세워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16.6%(5조2000억원)으로 줄인 25조9000억원으로 예산안을 짰다. 그러나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6000억원 늘어난 26조5000억원으로 확정됐다. 다만 지난해 R&D 본예산(3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전년 대비 4조6000억원(14.7%) 줄었다.

이런 예산 삭감 ‘칼바람’은 올해에 그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R&D 투자 확대를 4대 투자중점 분야 중 하나인 ‘혁신 경제생태계 조성’의 방향으로 설정했다. 민간이 하기 어려운 기초·원천 연구와 선도기술을 확보를 위한 차세대 분야 중심으로 R&D 예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3대 게임체인저 기술(AI·첨단바이오·양자)을 포함한 미래 전략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대규모 혁신·도전형 전략프로젝트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유형별 적용 시스템에 차등을 둬 R&D 실효성 제고에 나선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우리나라 국가 R&D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2위이지만, 추격형에서 선진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도전형 R&D로의 전환을 모색한 것”이라며 “올해 내년 예산을 짜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양적인 보조금식 R&D는 과감히 정비하고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기초·원천 연구 등 효율성이 있는 R&D를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이번 지침에는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에 대한 의지도 반영됐다. 필수·지역의료를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은 ‘국민안심사회 구현’에 전면배치됐다. 중증응급·분만·소아진료 등의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지역간 의료 접근성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예산으로 힘을 싣기로 했다. 의료 R&D와 의대 증원 관련 소요도 지원한다.

김 실장은 “필수의료는 올해만 해도 외과·내과·산부인과·소아과·응급의학과 관련 필수의료 예산이 굉장히 확대됐고, 여기에 대한 응급 수요가 많다고 판단해서 면밀히 보겠다”면서 “지역의료도 응급실 뺑뺑이 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들어 시작한 민생토론회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개선 과제도 대거 담겼다. 청년을 대상으로는 1유형 국가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공공분양·공공임대를 지속 공급하는 등 생활 체감형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기 GTX(A·B·C) 적기개통하고 D·E·F 노선을 신설하는 2기 GTX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방권 광역급행철도(χ-TX), 지역거점 공항 건설 등 국가 균형발전 전략도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