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1130명 중고거래 사기 친 일당 국내 송환

by황영민 기자
2023.09.26 10:37:22

2019년 4월~올해 4월까지 1130명에게 3.6억 갈취
국내에서 사기 공모 후 필리핀으로 넘어가 범행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국내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수년간 사기 행각을 일삼은 필리핀 거주 한국인들이 현지 경찰에 붙잡혀 송환됐다.

26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상습사기 혐의로 30대 A씨와 20대 B씨를 구속해 26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필리핀에서 중고거래 사기를 벌이다 국내 송환된 피의자 A씨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다.(사진=경기남부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명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한다는 글과 사진을 올린 뒤 물품 대금을 선입금 받는 수법으로 1130명으로부터 3억60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B씨는 평소 알고 지낸 사이로, 2019년 인터넷 사기 범행을 공모하며 필리핀으로 건너가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인 대상 물품 사기를 쳤다.

이들은 중고거래 사이트 게시글에 올린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하고는 돈이 입금되면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양산했다.

특히 해당 사이트에서 사기 신고가 접수돼 자신들의 아이디와 계좌 번호가 다른 이용자들에게 공개될 경우, 아이디를 삭제해 새로 만들고 계좌 역시 신규로 개설하기를 반복하며 범행을 지속했다.



경찰은 이들이 ‘해외 비대면 계좌 개설’을 이용해 비교적 손쉽게 계좌를 만들었다면서, 만약 계좌 개설이 이보다 어렵거나 불가능했다면 피해가 더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의 국내 주소지를 관할하는 하남경찰서에 A씨의 계좌에 물품 대금을 입금했으나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사기 피해 신고가 900여 건이 접수돼 미제로 남아있는 점에 착안,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필리핀 경찰 등과 공조 수사를 통해 A씨와 B씨의 소재지를 확인, 이들을 현지에서 검거했다.

현지 경찰에 붙잡힌 A씨는 국내 송환을 거부하면서, 수용소에서 기내 난동을 예고하고, 비행기 탑승 전에는 고성을 지르며 20여분간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에서 “물품 사기 피해금은 소액이어서, 만약 (범인으로) 특정되더라도 한국에 돌아가지만 않으면 별일 없을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물품 사기는 단기간에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고 사회적 불신을 초래하는 대표적 서민 경제 침해 범죄이므로, 엄단해 나갈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께서는 사이버 사기 예방 수칙을 숙지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