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30일째…공군 女중사 부친 “軍 못 믿어, 특검 수사해 달라”
by이용성 기자
2021.09.28 11:14:02
성추행 극단적 선택 故 이모 중사 父 기자회견
"딸 사망 후에도 부실수사, 국방부 기대 안 돼"
군법원, 사건 관계자 통신영장 무더기 기각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선임 간부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 여성 부사관 사건과 관련 군 당국의 수사 결과를 앞두고 이 중사 유족이 군 당국을 작심 비판했다.
| 고(故) 이모 공군 중사를 성추행한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모 중사(왼쪽 세번째)가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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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모 중사의 아버지 이모씨는 28일 오전 군인권센터가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오늘은 우리 딸이 자결을 선택한지 130일째로 분노가 치밀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부실 초동수사를 벌인 공군과 20비, 부실수사를 또 부실하게 수사한 국방부까지 딸의 한을 풀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깨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이어 “군의 보강 수사를 믿을 수 없고, 특검(특별검사)으로 재수사해야 한다”며 “자식 잃은 국민의 한 사람을 위해 여야 합의로 특검 도입을 결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근 군 내 가혹행위를 다뤄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D.P.’로 재조명된 ‘제28보병사단 의무명 살인사건(윤 일병 사건)’의 어머니도 참석했다.
지난 26일 군인권센터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이 이 중사 사건 관련 군 수뇌부에 대해 신청한 통신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했다고 폭로했다. 군 특임검사는 공군 이성용 전 참모총장·정상화 전 참모차장(특임검사 활동 당시 현직)·이성복 제20비행단장과 가해자 측 변호사의 로펌 소속 A변호사(해군 법무실장 출신)·B고문(예비역 공군 준장) 등 5명에 대한 통신영장을 청구했다. 군사법원은 B고문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지난 3월 초 이 중사는 회식에 참석했다 돌아오던 중 선임 장모(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혼인신고를 마친 날인 5월 2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중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군에 신고하고, 자발적으로 부대까지 전속 요청도 했지만, 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속에서 제대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방부가 ‘허위 보고’를 묵살했다는 정황 등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실수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7월 이 중사에게 2차 가해와 보복 협박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사가 국방부 수감시설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한편 군인등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해자 장 중사의 재판은 현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군사법원은 다음 달 8일 변론을 종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