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제약 ITC분쟁 이번주 결판
by노희준 기자
2020.12.13 18:39:01
현지시각 16일, 국내 17일 새벽께 최종 결과 예상
국내 민형사 소송 결과 ITC 판단에 크게 좌우될 전망
''배터리 분쟁'' 처럼 세번째 연기 가능성 배제 못해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내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사활을 걸고 벌이고 있는 ‘보톡스 전쟁’의 결론이 나온다.
13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16일(현지시각) 메디톡스가 자사의 보톡스 균주를 도용한 혐의로 대웅제약을 제소한 사안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메디톡스가 지난해 1월 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대웅제약을 공식 제소한지 1년 11개월만이다. 애초 ITC는 11월 6일 최종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11월 19일과 12월 16일로 두 차례 최종 판결일을 연기했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은 두 차례 연기된 미국 ITC판결이 또 연기되느냐다. 같은 ITC에서 다루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 사이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최종 결론이 내년 2월로 최근 또다시 세번째 연기됐기 때문이다.
정확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지연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미국 현지 코로나19 확산과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의 분쟁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앞서 ITC는 지난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향후 10년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나보타’(미국명 주보)의 수입을 금지한다”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대웅제약에서 이 예비판결에 이의를 제기해 지난 9월 ITC가 예비판결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메디톡스는 ITC가 최종 판결에서도 예비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예비판결이 뒤집힌 경우가 별로 없는 데다 ITC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ITC의 예비판결에 대한 대웅제약의 이의 신청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식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기 때문이다. OUII는 ITC 산하 조직이자 공공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적 기관으로 소송 안건에 의견을 제시한다.
반면 대웅제약은 OUII는 기존 주장을 별다른 새로운 근거없이 그대로 반복한 데다 처음부터 원고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편항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고 맞섰다. 또한 상업적으로 보톡스 생산에 사용 가능한 균주를 구하는 것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전혀 어렵지 않아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와 기술은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ITC는 최종 판결에서 예비판정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reverse), 수정(modify), 인용(affirm)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ITC 최종 판결은 60일 이내 대통령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예정일은 내년 1월20일이다. ITC가 12월16일 이후에 최종 판결을 내놓는다면 최종 검토 권한은 바이든 당선인에 넘어갈 수 있다.
ITC의 최종결정에도 추가적인 법적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ITC위원회가 최종판정을 내린 이후 이의가 있는 당사자는 14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며 “ITC 최종판정으로 불리한 영향을 받은 자는 누구라도 최종판정 이후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항소절차와 상관없이 최종판정에 의한 구제조치는 그 효력이 진행돼 만약 수입배제명령이 내려질 경우 해당 물품의 수입금지 조치는 유지된다. 예비결정에 따른 ‘나보타 10년 수입금지’가 위원회 결정으로 확정된다면 대웅제약이 이후 항소절차를 통해 다툰다고 해도 수입금지가 계속 유지된다는 얘기다.
ITC의 최종 판결은 국내에서 양사가 전개하고 있는 민·형사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는 앞서 지난 2017년 1월과 10월에 각각 국내 법원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톡스 균주 도용혐의로 형사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