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SRE]“코코본드, 부도가능성을 기준으로”

by김도년 기자
2014.11.10 10:43:43

[인터뷰]박일문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올해 3분기 은행권에선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의 등장에 눈길이 쏠렸다. 지난해 12월부터 새로운 은행감독체계인 바젤Ⅲ가 시행되면서 은행들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도 쓸 수 있는 코코본드에 주목한 것이다.

△사진 = 방인권 기자
이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한국신용평가가 묘안을 내놨다.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코코본드(은행자본증권) 신용평가 제안·기준’ 보고서에 그 내용이 담겼다. 선순위채권이 전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증권별 변제순위에 따라 신용을 평가하기보다 부도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준을 제시하는 차별성을 뒀다. 이 보고서는 20회 SRE에서 응답자 139명 가운데 26표(18.7%)를 얻어 베스트리포트 분야 공동 1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박일문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이 썼다.

SRE 자문위원은 “시장이 코코본드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찰라, 한신평 등에서 먼저 보고서가 나왔다”며 “시의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박 연구원은 “기존 은행감독체계인 바젤Ⅱ에서는 변제순위를 따져 등급의 적정성을 말할 수 있었지만, 바젤Ⅲ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은행자본증권이 생겨났다”며 “변제순위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부도가능성으로 설명하고 이를 신용등급 평가와 연결지어 논리를 짰다”고 밝혔다.



은행은 예수금, 선순위사채, 일반채무 등 선순위채권이 전체 자산의 90%에 달하기 때문에 은행이 파산하는 시점에선 변제순위가 낮은 후순위채권 이하의 자본증권은 손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변제순위를 따져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게 박 연구원의 생각이다. 어차피 몽땅 돈을 못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인데 먼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

박 연구원은 ‘은행자생력등급’이란 개념을 제시하고 증권의 부도 가능성에 따라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은행자생력등급이란 한신평의 은행평가방법론 상에서의 재무 안정성 평가 요소와 계열 지원 가능성, 정부 지원 가능성 중 법적·제도적 지원 수준을 반영한 등급이다. 이를 평가하면 시중은행의 은행자생력등급은 대부분 선순위채권 등급에서 1단계 낮게 매겨진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이번 보고서를 높이 평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의 목소리를 평가방법론에 반영하려고 노력한 점이다. 투자자들은 아직 코코본드를 이해하기에 바빠 별다른 의견을 주진 않았지만, 채권 발행자인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박 연구원은 은행권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본자본 인정을 위한 코코본드 신용등급을 무한정 내릴 수 있도록 한 기존 방침을 선순위채권보다 3등급 낮게 매기는 것으로 수정했다. 은행들이 이자지급제한 기준이 되는 보통주 자본비율 7% 수준을 반드시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박 연구원은 “다만 은행이 ‘7% 룰’을 지키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더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