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하반기 첫 현장경영 `유럽 선택한 이유는?`

by이진철 기자
2013.10.23 11:48:01

러시아·유럽공장 방문.. "품질 브랜드 혁신·적기 공급" 강조
미국·유럽 금융위기 당시 선제적 대응.. 시장점유율 늘려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하반기 첫 해외 현장경영지로 유럽을 선택했다. 이는 유럽 자동차시장이 올해를 최저점으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차(005380)그룹 관계자는 23일 “정 회장이 지난 7월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해외시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 데 이어 유럽 방문을 통해 재도약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자동차시장은 미국·중국시장의 성장 속에 유럽·러시아시장의 감소로 전년 대비 3.2% 증가한 803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유럽은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며 시장수요가 1353만대로 전년대비 3.8% 감소하는 등 6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유럽시장 수요는 차츰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유럽 자동차 시장수요는 올해보다 2.5% 늘어난 1387만대에 그치는 등 아직 성장 폭이 크지 않지만, 올해를 최저점으로 2015년부터는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위치한 기아차 생산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생산품질을 점검했다.
유럽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의 공세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푸조·시트로엥(PSA) 등 유럽업체들이 내년에는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폭스바겐도 새로운 플랫폼 적용 확대 등 비용절감을 강화하며 판매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엔저의 혜택을 입은 일본업체들도 인센티브 확대, 디젤 라인업 강화 등 공격적 판매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를 통해 늘어나는 친환경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정몽구 회장이 다시한번 품질과 브랜드를 강조한 것은 이번에 철저히 준비하면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에서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고, 그 바탕이 되는 것이 품질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지금 대응체제를 탄탄하게 구축해야만 유럽시장이 본격 회복세로 돌아섰을 때 글로벌 리딩 메이커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정몽구 회장은 고비 때마다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경영행보를 통해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시키는 전략을 펼쳐왔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해 3월을 포함해 유럽위기가 심화될 때마다 유럽을 직접 방문해 생산·판매·마케팅 전략을 집중점검하고 위기에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현대·기아차는 독일, 프랑스 등 주요지역 직영체제 구축을 통해 지역 밀착 마케팅을 펼치고 고객만족 프로그램을 강화해 유럽 자동차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자동차판매는 1252만7912대로 전년보다 7.8%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같은기간 76만9706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11.6% 증가했다. 올들어 9월까지 유럽판매는 933만8897대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4.0% 감소한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58만6452대로 0.7% 감소하는데 그치는 등 시장을 상회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유럽재정위기가 본격화했던 2010년 4.5%에서 지난해 6.1%로 뛰어오르며 처음으로 6%대를 돌파했고, 올해도 6.3%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에도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판매확대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어슈어런스 등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2008년 5%에 머물렀던 시장점유율을 올해 8.2%까지 끌어올리며 글로벌 메이커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이번 유럽방문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외형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한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회장은 유럽공장 방문에 앞서 22일 오전(현지시간) 현대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생산·판매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몽구 회장은 영하 5도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침 6시55분부터 도보로 1시간 동안 이동하며 프레스, 차체, 의장라인을 집중 점검하는 등 강행군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3교대로 운영되고 있는 러시아공장의 조별 근무교대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생산라인이 24시간 풀 가동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러시아공장은 현대차 쏠라리스와 기아차 리오의 판매 돌풍으로 16만7000대를 생산하며 3분기까지 가동률이 115%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공장에서 생산하는 쏠라리스와 리오는 올해 9월까지 각각 8만5757대, 6만7678대가 판매되며 전체 브랜드 차종 중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두 차종의 인기에 힘입어 현대·기아차는 올해 3분기까지 전년대비 3.6% 증가한 28만2595대의 실적을 올리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시장이 6.6% 감소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로, 점유율도 지난해 12.3%에서 올해 13.8%로 1.5%포인트 뛰어올랐다.

정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열린 주재원 가족 만찬에서 “러시아공장은 준공 이후 빠른 시간에 정상궤도에 올랐으며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주재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격려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까지 K5 개조차, 쏠라리스 개조차, 신형 쏘울을 출시해 러시아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