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연약한 감정을 향한 시선…요시모토 바나나의 귀환
by이윤정 기자
2026.02.02 08:12:06
소설집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 출간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수상작
'산호 반지' 등 6편 단편 담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집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이 출간됐다. 전 세계 500만 부 이상 판매된 ‘키친’과 ‘아르헨티나 할머니’ ‘막다른 골목의 추억’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깊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의 신작 단편집이다.
이번 작품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수상작으로, 헬싱키·로마·타이베이·홍콩·가나자와·하치조섬 등 세계 각지의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한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렸다. 작품들은 모두 피할 수 없는 상실 이후의 순간에서 출발해, 남겨진 이들이 삶을 이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어머니의 유품인 산호 반지를 소재로 한 ‘산호 반지’,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은 친구 마리코를 쫓아 로마에 온 시지미가 마리코의 연인과 친구들을 차례로 만나는 ‘카론테’, 남편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혼하고 게이 친구·그의 애인과 같은 집에 살게 된 ‘나사케시마’, 오랜 병간호 끝에 어머니를 보내고 타이베이에 왔다가 큰 덩치의 신신이라는 청년을 만나게 되는 ‘신신과 한 마리 쥐(SINSIN AND THE MOUSE), 남자 친구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혼자 나머지 여행을 이어가는 ’꿈속‘, 결혼을 반대하던 어머니들이 연달아 죽고 헬싱키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 등을 담았다.
소설은 상실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집중한다.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는 제목에 담긴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이다. 굳센 의지나 단단한 극복의 서사가 아니라, 작고 여린 감정의 움직임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는 시선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작가는 떠난 사람을 붙들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마음을 기울이는 인물들을 통해 삶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수상 소감에서 “과거는 사람을 만들고 지탱하지만, 일상의 선택은 무한하며 그 선택이 쌓이면 사람을 어디든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후기에서는 “소설은 읽는 이가 치유되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의 가벼움으로 마음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며 소설이 지닌 조용한 힘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