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47% “올해 경영환경 나쁠 것”…반도체도 ‘먹구름’

by김은경 기자
2023.01.19 11:00:00

무협 ‘2023년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
‘경제 둔화·공급망·금리 변동’ 삼중고
국내외 투자 작년과 동일하거나 축소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국내 수출기업의 다수가 올해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일 ‘수출 기업의 2023년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수출 실적 50만 달러 이상의 기업 1327개사가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수출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46.9%로 ‘개선(16.9%)’ 될 것이라는 응답의 2.8배에 달했다.

화학공업제품(58.7%), 플라스틱·고무제품(56.0%), 철강·비철금속 제품(52.0%)은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고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역시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45.2%에 달했다.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250원 내외로 응답된 가운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중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환율 하락 기조가 강화되고 있어 수출 기업의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수출기업의 올해 국내외 투자계획.(자료=한국무역협회)
수출 기업들은 미국의 불확실한 금리 정책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를 주요 리스크로 꼽고 있는 만큼, 환 변동 리스크가 큰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 기업들은 올해의 국내외 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시키는 등 소극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투자 계획에 대해 지난해와 동일하다는 답변이 55.3%, 감소는 29.5%로 나타났으며 해외 투자 계획에 대해 지난해와 동일하다는 답변이 58.0%, 감소는 27.5%였다.

대기업의 43%는 국내와 해외 투자 모두 축소하겠다고 응답하면서 대기업 투자 심리 악화는 우리의 미래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투자 활성화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에서 국내외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응답률이 45.2%로 가장 높게 나타나,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시행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對)중국 수출의 감소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39.5%)했다.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화학공업제품, 플라스틱·고무제품 기업의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출 감소 전망은 △반도체(53.7%) △화학공업제품(47.1%) △플라스틱·고무제품(46.8%) 순으로 조사됐다.

수출 기업의 60.9%는 자사의 경쟁력이 중국 기업보다 우월하다고 응답한 한편, 철강·비철금속, 무선통신 품목 등에서는 한-중 기업 간 경쟁력 격차가 크지 않아 해당 업종의 수출 경쟁력 확보 노력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수출기업의 ‘올해 수출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자료=한국무역협회)
수출 기업은 올해 수출의 3대 리스크로 ‘세계 경제 둔화, 공급망 애로, 환율·금리 변동’을 꼽았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6.3%, 러시아-우크라이나 리스크에 대한 응답은 5.9%에 불과해 기업들은 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출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세제 지원 확대와 노동시장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법인세 인하(18.1%) △주52시간 근무제 보완(17.7%) △연구개발(R&D) 투자 세액 공제 등 세제 지원 확대(15.7%) △최저 임금 인상 속도 조정(13.6%) 등을 꼽았다.

플라스틱·철강 등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업종은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전기전자·반도체 등 R&D 경쟁력이 중요한 업종에서는 투자 세액 공제가 시급하다고 답변했다.

수요에 따른 생산 조절이 중요한 자동차·부품, 기계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기한 내 운송이 중요한 농수산물 업계는 안전운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조의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우리 수출 기업의 47%가 올해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세계 경제 둔화, 공급망 애로, 환율·금리 변동 리스크가 상존해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수출 기업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만큼, 세제 지원 확대, 노동시장 개혁 등 기업 수요에 대응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