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철 기자
2015.07.19 19:30:00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계기로 국내 기업의 경영권과 주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기회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어려운 여건에서 합병을 계획대로 성사시켜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않은 교훈도 남겼다.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반대 공세가 시작된 후 삼성물산은 본연의 경영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채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모든 임직원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역량을 소모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주주총회에서 성사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후유증을 치유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고 평가했다.
가장 먼저 ‘미래 사업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어렵게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낸 합병 목적이 경쟁력 강화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합병에 반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에 동조한 글로벌 주요 연금 등 장기투자 외국인들이 삼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특히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주요 비즈니스를 해외에서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합병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소액주주들의 주주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국민 여론을 인지하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간판기업으로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개선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이 엘리엇의 공격에 곧바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미국 등에서 도입한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승계 등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야 하는 대기업들도 낮은 대주주 지분율과 순환출자 구조의 약점 때문에 ‘제2의 엘리엇 사태’를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한다.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자본시장 개방으로 앞으로도 빈번해질 투기자본의 상륙을 막기 위해서는 주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감성적 대응이 아닌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