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수고했습니다"..乙 격려나선 甲 `눈길`

by김자영 기자
2011.12.13 15:11:12

판매사가 자산운용사 담당자 초대행사 열어

[이데일리 김자영 장영은 기자] 연말이 되면 모든 업계가 분주하다. 곳곳에 인사를 다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을`이 `갑`을 찾아가 한해 감사했다는 인사를 건낸다.
 
자산운용사, 증권사, 은행도 갑과 을로 관계가 정리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자사 펀드를 판매사에 걸어야 하는 운용사들은 증권사와 은행의 상품기획 담당자들이 갑중의 갑이다.

때문에 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요즘 같은 때 판매사를 돌아다니느라 한창 바쁘다. 하지만 최근 이런 관행도 옛말이다. 오히려 판매사들이 운용사 담당자들을 초대, 좋은 펀드를 만들고 소개해줘 고맙다는 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대투증권은 오는 26일 46개 운용사의 펀드 마케팅 담당자들을 초청해 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이는 하나대투증권에서 처음 기획한 행사로, 상품기획부와 웰스케어(Wealthcare)센터 주관이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1년간 운용사들이 원활하게 업무에 협조해주고 좋은 펀드 상품을 소개한 것에 대해 감사하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내년에도 좋은 상품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판매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005940)도 상품지원부 주최로 지난 2일 운용사 대상 행사를 진행했다. 40여개 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들을 초청해 격려하고 인사를 나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행사를 처음 시작했다.

은행 중에서 지점이 많아 펀드 판매사 중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KB은행도 갑중의 갑이다. 하지만 올해도 40여개 운용사의 70여명의 담당자를 초청해 감사를 표했다. 



A운용사 마케팅 본부장은 "한창 펀드가 잘 팔려나가던 시절에는 운용사들이 돈을 많이 번 만큼 판매사들을 상대로 그야말로 한턱을 내는 거창한 자리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반대로 이런 자리들이 많이 생겨난다는 것은 그만큼 중소형 운용사들이 침체돼 있다는 의미도 된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까지 펀드 열풍이 불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후 펀드투자에 대한 인기가 수그러들면서 상품출시와 판매량이 크게 준 것이 사실이다.

B운용사 관계자는 "대형 판매사의 경우 운용사별로 송년회를 진행하고 접대를 받는 것이 불편해 이런 자리를 열고 있다"면서 "판매사가 먼저 불러주면 운용사야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 운용사들을 모두 불러 행사를 진행할 만큼 자금 여유가 없지만 판매사 입장에서는 잘 만나지 못한 운용사 마케터를 한번에 볼 수 있어 좋은 기회"라면서 "어차피 모두 펀드 때문에 먹고 사는 동료들 아니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