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리인상, 수출에 `빨간불`? 일단은 `노란불`!"

by이승형 기자
2010.10.20 11:29:35

주요 기업들 "수출 영향 미미..중국 내수둔화 추이 지켜봐야"
경제연구소 "과거 사례로 봐도 영향 제한적"

[이데일리 산업1부]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 중국 수출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인 주요 기업들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차,IT 업계 대표 기업들도 중국 내수둔화를 걱정하면서도 전반적인 수출 기조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인해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기보다는 '노란불' 정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국산 자동차 완성업체들은 중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대 중국 수출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중국의 내수둔화와 자동차 할부 금리 인상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중국이 가장 큰 수출시장이지만, 대부분을 중국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 수출 감소의 영향은 미미하다. 현대·기아차는 올 9월까지 중국 현지공장에서 74만8337대, 월 평균 8만3000여대를 생산해 판매했다. 다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안정기조로 가장 큰 글로벌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의 둔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차(005380)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 할부 금리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판매조건 등으로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중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내수 둔화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중국에 진출한 모든 자동차 업체들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 중국 수출이 많은 GM대우는 한국에서 반조립제품(CKD)형태로 월 4만대 가량을 중국 시장에 수출한다. 하지만, 결제방식이 중국 현지통화가 아닌 달러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다.

국내 전자업체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위안화 절상 효과에 대해서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제품은 극소수"라며 "중국 법인에서 제조하는 제품이 많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미칠 영향을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거시적 움직임을 본 후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066570) 관계자는 "전체 결제 금액에서 위안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라며 "중국내 원자재 구입도 달러로 주로 결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 측면에서도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위안화로 원자재를 구입해도 상품을 판매할 때 같은 통화로 하기 때문에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철강업체들도 중국 금리 인상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반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이 금리를 인상했다지만, 국내 철강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철강업의 특성상 금리, 환율 등 거시적인 부분은 중요한 대외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4분기 철강제품 가격이 3분기 수준을 유지하고, 본격적인 시황 개선은 내년 1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기존 기조 역시 변하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정유화학업계도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중국 내수 위축 가능성, 원화 환율 움직임 등 시장 환경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에너지(096770) 관계자는 "위완화로 환산되는 부채나 투자금액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며 "다만 중국 금리인상이 위안화 절상으로 이어지고, 동조화 현상 등에 따라 원화가 평가절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원화 환율 움직임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내부의 물가 상승, 부동산 불안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기 안정화 방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국내 산업계의 대중 수출 전선에도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신 연구실장은 "금리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비재쪽의 경우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에 약간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간재나 부품 관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상은 경제적 목적 외에 정치적 목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직 경제가 비상 시국에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출구전략이라 보기 어려우며, 실제로 기준금리 인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상황이라는 것.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절상을 가속화, 대국민에게 정부의 경제정책이 정당하다는 것을 선언하는 제스처가 내포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