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포커스)암중모색과 숙취효과(27일)

by김진석 기자
2001.08.24 20:05:29

[edaily] 주식시장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한주를 마무리했다. 투자자들의 관망세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8월 들어 네 번째 주말인 24일 종합주가지수는 0.76포인트 내린 569.3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주말에 비해선 11.68포인트(2.01%)의 하락세를 보이며 주봉 챠트는 한주만에 다시 음봉을 그려냈다. 코스닥시장도 전일 보다 0.16포인트 떨어진 67.78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주말 보다 1.36포인트(1.96%)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은 주봉 챠트상 3주 연속 음봉을 이어갔다. 선물지수는 그러나 전약후강의 흐름 속에 전일 보다. 0.15포인트 오른 70.35포인트로 한주를 마무리했고, 시장 베이시스도 0.09포인트로 영업일수로 23일만에 백워데이션 상태에서 벗어나 콘탱고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대목이다. 지난주(8월20일~24일)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굵직한 재료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조용했다. 미국의 추가금리 인하를 비롯 현대투신과 AIG 매각협상 MOU(양해각서) 체결,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추가지원 논란, IMF관리체제 공식 졸업 등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관망적인 경향이 강했다. 투자주체별로도 뚜렷한 매매주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래소시장의 경우 기관만이 23억원의 순매수를 보였을 뿐 외국인과 개인은 가각 136억원과 149억원의 매도세를 보였다. 그러나 산쪽이나 판쪽이나 절대규모로는 거의 매매균형을 이룬 모습이다. 한마디로 마켓메이커가 없는 셈이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35억원과 12억원의 순매수를 보인 반면 개인은 136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거래시장의 거래대금은 닷새 연속 1억원을 밑돌 만큼 취약함을 드러냈다.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이 5일동안 1억원을 하회한 것은 올들어 처음있는 일이다. 때문에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 이평선은 5일선(9172억원)을 비롯 20일(1조1509억원) 60일(1조3865억원) 120일(1조6824억원) 등으로 단기선일수록 낮은 상태가 확연하다. 이같은 거래대금의 위축현상은 장세전망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증시전문가들도 이같은 거래대금 수준을 감안하다면 당분간 시장의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지수 이동평균선이 한방향으로 몰리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시장이 방향성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에 나오고 있다.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거래소시장의 지수 이평선 가운데 가장 높은 지수를 나타내는 60일선(576P)과 가장 낮은 20일선(563P)간의 차이는 13포인트에 불과하다. 또 20일선은 고개를 들고, 60일선은 꼬리를 내리는 형국이어서 갈수록 간극이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만 하더라도 이평선의 최고, 최저 지수간의 차이는 44포인트에 달했다. 코스닥시장도 이날 현재 가장 높은 120일선(74P)과 가장 낮은 5일선(68P)간의 간극차이는 6포인트에 그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처럼 이평선의 간극차이가 좁아지고 있을 때, 장세흐름의 터닝포인트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통념적으로 이평선이 특정지수를 중심으로 모아질 때 위로든 아래로든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과연 8월을 마무리하는 다음주(27일~31일)에는 시장은 어떤 흐름을 펼칠 것인가. 일단 암중모색기간이 될 것으로 점치는 분석가들이 우세한 상황이다. 말그대로 방향성을 찾기위해 고생하는 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미 드러날 악재에 대해선 선방영됐다는 인식이 강한데다, 그렇다고 상승반전을 도모할 새로운 재료의 출현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재료는 관련종목에만 영향을 미칠 뿐 시장에 대한 영향이 미약한 점도 횡보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날 현대증권의 신주발행 헐값논란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채권단의 지원논란이 일고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신용등급을 "CCC+"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전망은 "부정적 감시대상"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미국 정부와 의회, 업계가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저지하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는 10%이상 하락했고, 현대증권도 8%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시장전반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만약의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노출된 재료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시장에는 구심점이 없다. 그동안 시장을 이끌었던 건설주가 약세를 보이고 은행과 증권이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 가운데 의약업종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업종별 종목별로는 빠른 순환매의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순환매는 결국 시장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으로 당분간 시장이 횡보할 가능성이 높여주고 있는 징후로 인식되고 있다. 이밖에 다음주에도 경기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P의 국가신용등급 실사단이 방한할 예정으로 있고, 미국도 29일밤 2분기 GDP성장율을 발표한다. 이에앞서 27일에는 기존주택 판매지수를, 28일에는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경기문제를 가늠할 수 있는 재료들인 셈이다. 그러나 경기논쟁은 하루 아침에 마무리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침체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는 점에서 경기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우는 워렌 버핏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이 미국 경제 둔화의 장기화를 경고했다는 보도내용이 비즈니스 위크 최신호에 실렸다. 보도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올해안에 미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경제 둔화가 앞으로 8년동안 계속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버핏 회장이 90년대 초고속 성장의 부작용인 "숙취 효과(hangover effect)"가 향후 몇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현증시는 숙취효과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감과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돈의 유입 기대감이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과연 눈치보기의 결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이와 관련 애써 답을 구하기보다는 시장의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우선되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장이 인내심을 요구할 땐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