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전력 있으면 집회 불허…공권력 강화 나선 당정(종합)

by이유림 기자
2023.05.24 10:41:50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 위한 당정협
집회 사전신고 때 불법 전력 있으면 불허할 수
출퇴근 시간대 집회도 제한…소음 기준 강화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당정은 24일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집회·시위 개최 계획을 신고할 경우 이를 허가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대 도심에서 여는 집회·시위 역시 신고 단계에서부터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최근 서울 도심에서 1박2일 노숙집회를 하는 과정에서 쓰레기 투기, 노상방뇨 등의 행태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개최한 뒤 이같이 발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숙집회 등 도심 집회로 국민 불편이 초래되고 여러가지 불법이 많이 일어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하기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당정은 우선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노숙집회와 관련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하여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당정은 앞으로 집회·시위를 신고하는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대응하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는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집회·시위를 제한하겠다”며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로상에서 개최하는 집회·시위 역시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또 야간 문화제 등을 빙자한 편법 집회·시위에 대해서도 법의 취지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자칫 신고제인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해당 단체는 법원에 가처분이나 소송을 낼 수 있다. 법원의 인용률도 굉장히 높다”며 “경찰 등의 의견이 수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는 취지이지,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하겠다는 차원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정은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키는 기존 집회·시위 관련 매뉴얼이나 관행도 개선하기로 했다. 공권력 행사로 현장의 공직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할 여러 조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경찰 등이 공권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정당하게 행사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게 당정의 인식이다.



다만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으로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관을 보호하는 데 적절치 않다고 보고, 우선은 소송 지원이나 신분상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도 추진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집시법 제10조는 ‘일몰 후~일출 전’이란 야간의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고 일몰·일출 시각은 연중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헌재는 해당 조항을 바로 무효로 하면 입법 공백 상태가 생기기 때문에 2010년 6월 말까지 대체 입법을 주문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해 야간 집회는 허용되어 왔다.

윤 원내대표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음에도 국회에서 입법 조치를 하지 않는 직무유기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본 의원이 발의한 집시법을 중심으로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정에서는 사생활 평온을 침해하는 유형의 소음도 집회·시위 소음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윤 원내대표는 “소음 기준을 강화해 전체적으로 5∼10㏈(데시벨) 정도 기준을 강화하는 권영세 의원 안을 중심으로 야당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