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헤어샵 투자자들, 뿔났다…카카오에 15일내 간담회 요청

by김현아 기자
2022.07.07 11:15:22

지난 1일,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전략책임자 등에 공문보내
사전 협의 없이 철수 결정해 최소 550억 이상 피해
사전합의사항 안지킨 주주간계약서 위반 지적도
모바일 미용실 예약은 골목상권 돕는 서비스
정치권 몰아치기로 애꿎은 투자자만 손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사진=이데일리 DB


카카오(035720) 헤어샵 투자자들이 화가 났다. 지난 1일 카카오 측에 공문을 보내면서 15일 이내로 주주 간담회를 열자고 요청했다. 투자금 상환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기자간담회를 열고 억울함을 호소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몰아치기로 카카오가 모바일 미용실 예약 서비스인 헤어샵 철수 의사를 밝힌 뒤 벌어진 일이다.

7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카카오 헤어샵 운영업체인 와이어트에 투자한 ‘브레이브뉴(BNI)-어니스트 제1호 신기술투자조합’은 지난 1일 와이어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에 주주 간담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권규석 와이어트 공동 대표 , 권기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전략책임자(CIO)와 강호준 카카오 부사장이 수신자다.

와이어트는 1998년 설립된 뷰티샵 고객관리솔루션 개발업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가 지분 100% 보유)가 24.19%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다. 카카오 계열사로, 2016년부터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면서 전국 미용실과 디자이너를 앱으로 연결해 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카카오헤어샵 운영업체 와이어트에 투자한 금액은 최소 550억 원 이상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주주 간담회 요청 공문을 보낸 ‘브레이브뉴(BNI)-어니스트 제1호 신기술투자조합’만 해도 2021년 4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73억 3,000만원에 인수했다. 이들은 카카오 측에 ①와이어트 매각 관련 책임자들의 사실 관계 확인 및 진행 절차 ②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방안 등 공식 의견을 요구했다.

같은 해 8월에는 48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추가로 이뤄졌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어니스트벤처스, 브레인자산운용, 아주IB투자 등이 참여했다. 역시 카카오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한 헤어샵 서비스 확장을 전제로 한 투자였다.

헤어샵 투자자들이 분통 터져 하는 것은 투자 당시 카카오 측에서 제시한 IR 자료나 비전이 현상황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카카오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한 카카오헤어삽 서비스 확장’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계기로 ‘카카오의 헤어샵 철수 및 관련회사를 계열사에서 정리하겠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사업은 중심을 잃고 비전을 상실해 투자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투자자들은 법적인 문제도 건드렸다. 2021년 4월 29일 체결한 주주 간 계약서 제3조에 ‘투자자에 대한 사전 합의사항’이 있다고 상기했다. 카카오가 사전 협의 없이 헤어샵을 매각하면 주주 간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뒤따른다는 논리다.

‘브레이브뉴(BNI)-어니스트 제1호 신기술투자조합’ 관계자는 “헤어샵 건에 대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 본사 간 의견 차가 존재해 누가 의사 결정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배재현 카카오 CIO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담당자의 출석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주주 간담회는 주요언론이 참여한 상태에서 하거나, 불가능하다면 추후 말이 바뀌지 않는 장치(녹화 등)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 헤어샵은 카카오가 직접 전국 미용실을 운영하는 게 아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미용실 예약을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일 뿐이다. 미용실에 가기 전에는 알 수 없던 정확한 가격, 영업시간, 디자이너에 대한 품평을 한눈에 보여줘 이용자들에게 인기였다.

미용실도 만족했다. 2016년 4월부터 2달간 진행했던 사전 체험 매장 86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예약 고객이 22.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86.2%는 헤어샵 서비스의 선결제 기능이 노쇼(예약 후 오지 않는 손님) 방지에 효과적일 것이라 답했다. 응답 점주의 31.4%는 기존 광고비를 절반 이상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카카오헤어샵의 미용실 예약서비스는 골목상권 침해가 아니라, 골목상권을 돕는 서비스인 셈이다. 골목 외진 곳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미용실의 영업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몰아세웠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는 고개를 숙였다. 헤어샵(모바일 미용실 예약) 철수 움직임도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고려대 교수)은 “애초에 헤어샵 플랫폼은 골목상권 침탈 문제보다는 영세 미용실의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는 역할은 물론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도 순기능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사업을 철수하도록 하는 것 보다는 플랫폼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감시하는 방향이 타당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 등을 통해 지적받은 일부 사업에 대해 조정 중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어 과정에 대해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