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친러반군, SNS서 ‘전쟁 정당화’ 거짓선전·여론조작"

by방성훈 기자
2022.03.11 12:03:35

WP·NYT "러, 우크라 침공후 가짜뉴스 적극 확산"
러 "민간인 피해여성 피는 포도주스…우크라 자작극"
"민간인 지역 공격한 미사일 우크라서 발사" 주장 등
친러반군 등 서방 제재에도 페이스북서 활발히 활동
"페북, 러 전쟁 정당화 공작에 도움·방조" 도마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 선전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친(親)푸틴 오토바이 갱단인 ‘나이트 울브즈’의 지도자 알렉산드로 졸데스타노프의 페이스북 계정. (사진=페이스북 캡쳐)


WP에 따르면 친(親)푸틴 오토바이 갱단인 ‘나이트 울브즈’의 리더 알렉산드로 졸데스타노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쟁과 관련해 거짓 정보를 지속 퍼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졸데스타노프는 지난 1일 1만 8000명 이상의 팔로워들에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찢어진 조각”이라며 “이 때문에 러시아는 아직도 고통 속에 피를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를 갈라놓은 자들이 먼저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졸데스타노프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미국의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군의 무기 입수를 도와준 혐의다. WP는 “미국 기업이나 개인이 졸데스타노프와 거래하는 것이 금지돼 있음에도 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계정을 유지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러시아 반군의 한 페이스북 게시물에서는 전투와 무력 충돌 경험이 있는 자원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 게시물에서는 친러 반군들에게 군사 장비 마련을 위해 기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NYT도 이날 러시아 정부가 독립 언론사들을 폐쇄한데 이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한 가짜 뉴스 생산 및 확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SNS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씩 가짜뉴스가 게재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참상이 러시아의 침공 탓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지난 달 말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민간인 거주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유리 파편이 얼굴에 박혀 피범벅이 된 한 여성의 사진이 러시아의 비인도적 침공의 상징으로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텔레그램을 통해 사진 속 여성이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로 얼굴의 피는 포도 주스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하르키우에서 민간인 34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사일 공격과 관련,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것이라며 국내 언론과 SNS에 전파하고 있다.

모두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이다. 60만명이 넘는 러시아인이 이들 게시물을 읽은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전날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원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습도 우크라이나가 조작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의 네오(신·新)나치주의자들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고 러시아군을 공격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이 때 러시아 정부는 SNS를 통해 나치 깃발을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병사의 사진을 퍼뜨렸다.

NYT는 “사진의 진위 여부나 타스통신의 네오 나치 관련 기사에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페이스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페이스북 계정이 도움이 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지난 해 1월 6일 친트럼프 인사들의 미 국회의사당 공격 이후 플랫폼 내 극단주의 연구를 위해 페이스북과 계약한 비영리조직 휘슬블로워 에이드는 미 법무부와 재무부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 단체의 최준 대표는 “페이스북은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정보전을 알면서도 방조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이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는 시도를 합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