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한진해운 피해…뒷감당 안되는 정부
by김상윤 기자
2016.09.04 15:39:29
한진해운 선박 68척 발 묶여
소송 제기되면 피해액 커져
스테이오더 신청해도 中문제
추가 선박 늘려도 확신 못해
|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해운업 관련 부처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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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최선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입·출항을 거부당하거나 발이 묶인 선박수가 68척으로 늘어나는 등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화물 운송이 막혀 손해를 입은 화주들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수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정부는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세계 항구에서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선박은 한진해운 보유선박 141척(컨선 97척, 벌크선 44척) 중 절반에 가까운 68척(컨선 61척, 벌크선 7척)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에서는 실제 배가 압류됐고, 나머지는 기름값이나 하역비를 내지 못해 입·출항을 거부 당한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미 선적돼 운반 중인 수출화물이 최종 목적지에 제대로 하역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해수부·기재부·외교부 등 9개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이 43개국 법원에 압류금지(스테이 오더·Stay Order)를 신청하고, 각 항만별로 재외공관 및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한진해운 선박이 입항하도록 협의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스테이 오더를 인정해주더라도, 해외 물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을 비롯해 파나마 등 11곳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채권단이 밀린 하역비를 내는 방법도 있지만, 그간 정부가 ‘추가 자금지원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터라 협의에만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컨트롤 타워 부재 속에 기재부1차관과 해수부1차관을 공동팀장으로 하는 ‘합동대책TF(태스크포스)’를 만들긴 했지만, 이미 한진해운 선박의 절반가량이 발이 묶인 상황에서 나온 뒷북대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가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을 내리자마자 관련 대책이 바로 나왔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스테이오더를 신청하더라도 결정이 나는데 1~2주 시간이 걸릴텐데, 당장 하루 이틀이 더 중요한 골든타임”이라며 “화주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피해액은 소송 등으로 급속도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선적 대기중인 물량에 대해 현대상선이 미주노선에 4척, 유럽노선에 9척을 추가 투입하고 기항지를 늘리는 방안도 내놨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현대상선이 추가로 용선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나는데다, 한-미 노선에 물량이 많은 중국을 기항지로 추가할 경우 얼라이언스인 G6이 동의 과정에서 한진해운 물량을 상당수 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추가로 노선을 늘리고 기항지를 확대하겠지만 한진해운 물량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게 사실이다”면서 “현대상선의 비용도 커질 수 있지만 위기 상황인 만큼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