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列傳]'여성파워 1위' 둥밍주 "中기업, 가격 말고 기술로 승부해야"
by김대웅 기자
2016.07.17 14:34:00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가격 전쟁의 틀에 박혀 있어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없습니다. 기술 개발에 매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혁신입니다.”
세계최대 에어컨 업체인 중국 거리전기(格力電器)를 이끌고 있는 둥밍주(董明珠·62) 회장이 저가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기업들을 향해 따끔한 충고를 내놨다. 둥 회장은 최근 중국 남방도시보와 인터뷰를 갖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철의여인’ ‘에어컨 여제’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둥 회장은 주부 전자제품 판매원으로 시작해 세계 1위 에어컨 업체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중국에서는 여성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로 둥 회장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다.
지난 수년 간 경제 고성장과 함께 덩치를 키워 온 중국기업들을 향해 그는 연구개발(R&D)에 매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데만 몰두하며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기업은 시장 구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매출이 급변하기 때문에 장수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둥 회장은 “현재 많은 중국기업들이 외부의 기술을 들여와 판매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고 있다”며 “기업 스스로의 창조적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보다 월등히 더 많이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하며 기술과 연구개발은 새로운 시장의 수요를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이 장인정신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둥 회장은 “기계가 만들어 내는 것이 사람이 만드는 것보다 더 정교하지만 기계 또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며 “자동화, 기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이러한 시기일수록 장인정신이 더욱 필요하며 이는 더 고차원적인 노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장인정신의 핵심 요소로 그는 소비자의 신뢰를 꼽았다. 둥 회장은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매 순간순간에 정성을 들여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주는 것이 바로 장인정신”이라며 “이것은 기업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둥 회장은 중국인들이 외국에 나가 단체로 전기밥솥을 사오는 현상을 개탄해 최근 전기밥솥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년 동안 자체 연구개발을 한 결과 한국이나 일본의 제품보다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전기밥솥 뿐만 아니라 거리전기는 최근 스마트폰, 전기차 등의 시장에도 진출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주력인 에어컨 시장에서 매출이 감소했지만 아랑곳않고 새로운 분야의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위기일수록 긴 안목으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는 둥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는 향후 가전산업이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스마트화된 시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내다보며 거리전기의 장기 성장 플랜을 그리고 있다.
둥 회장은 “스마트폰은 스마트 가전을 컨트롤하는 핵심 기기로 차세대 가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는데 필수 조건이기에 중시하고 있다”며 “친환경 자동차 시장 역시 스마트 가전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 축적 차원”이라고 밝혔다.
거리전기의 신사업은 아직까지 초기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둥 회장은 “애초에 단기 이윤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거리전기는 중국의 가전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부동산 분야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중국기업들이 부동산 개발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거리전기는 실물 제조업의 발전을 지향한다는 둥 회장의 경영관은 확고했다.
둥 회장은 “나는 이익을 좇기보다 중국의 강대함을 위해 기업을 운영한다”며 “메이드 인 차이나가 세계에 더 많이 알려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가치이고 결국 거리전기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 거리전기의 판매원으로 입사한 둥 회장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승진을 거듭해 지난 2012년 주장훙(朱江紅) 창업주가 은퇴하면서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이후 기술개발과 사업확장에 힘쓰며 명실상부한 ‘중국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인’의 위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