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원정희 기자
2012.03.12 14:47:10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10원 한 푼 손해를 안보려고 합니다.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하는데 무조건 손해 안 볼 생각만 하고 있으니……."
최근 정부의 전기차보급 추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외부 자문위원의 푸념이다. 전기차 가격 산정을 놓고 정부와 완성차업체간에 이견으로 공공기관 보급이 늦어지는데 대한 불만이다.
정부는 기아차(000270) 레이EV의 가격을 4000만원 초반대로 낮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아차는 투자비와 원가 등을 감안해 5000만원 밑으로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르노의 터키공장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르노삼성의 준중형 SM3 ZE도 마찬가지. 르노삼성은 6000만원대로 책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가격은 5000만원대 수준이다.
정부와 공급자인 완성차업체간 가격차가 1000만원 안팎으로 벌어져 있다. 당초 정부와 업체는 올해초부터 전기차 2500대를 공공기관에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이렇듯 차값 산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벌써 한 분기를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엄밀히 따지면 정부엔 선택권이 없다. 차값 산정의 권한은 완성차업체들에 있다. 업체들이 차값을 안내리면 정부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보급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한 대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전기차를 사는 이유는 미래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전기차가 양산돼 시중에 돌아다닐때 문제가 없는지를 다양한 환경에서 파악하기 위해서다. 보급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정부차원에서 힘을 써야 할 일이지만 향후 이로 인한 과실은 전기차를 파는 완성차업체들에 돌아간다. 때문에 지금은 이를 위해 완성차업체들의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이야기한다.
현대·기아차도 전기차는 당장의 돈벌이가 아닌 투자라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마음가짐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당장 손해볼 일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