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택시장 "매수자 절대 우위"
by윤도진 기자
2008.10.07 14:49:56
서울 강남 "매수자 많다" 응답 0.8% 불과
거래가격·계약 절차도 모두 매수자가 주도
전문가 "집값하락 장기화·가속화 현상"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들에게 대기표를 끊어주면서 중개를 하던 게 얼마전인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어요. 전셋집을 찾으러 온 세입자들에게 집을 사겠다고 하면 값을 확 깎아준다고 권하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노원구 공릉동 D부동산)
주택 거래시장이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 구매자 시장)`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매물이 넘쳐나 구매자의 의사가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는 상태의 시장을 말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과 경기 악화 등으로 집을 팔아야 할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지만 2년 가까이 지속된 집값 하락세 속에서도 집을 사겠다는 이는 거의 없다. 집값 하락이 장기화되리라는 예측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7일 국민은행의 `9월 매매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830개 중개업소 가운데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고 응답한 업소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매수자가 많다`고 답한 비율이 이렇게 적게 나온 것은 지난 2005년 1월(1.0%)이후 3년8개월만이다.
이는 최근 부동산 거래시장에 매물을 내놓은 사람은 많은 반면 사려는 사람은 드문 상황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올초 집값 급등세를 보였던 강북 14개구 역시 상반기와는 완전히 시장상황이 뒤집혔다. 지난 4월엔 `매수자가 많다`는 중개업소 비율이 33.5%로 `매도자가 많다`고 응답한 비율(14.9%)의 두배가량 됐다. 그러나 9월에는 매수자가 많다는 응답이 2.4%로 줄어들었고 매도자가 많다는 응답 비율은 55.3%로 늘었다.
서울 강남 11개구의 경우 `매수자가 많다`는 응답 비율은 0.4%로 더욱 적었다. 반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응답 비율은 58.9%로 지난 3월 40.5%에서 5개월간 18.4%포인트 급증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수도권 일대의 중개업소에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은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 S공인 관계자는 "워낙 집이 팔리질 않으니 매수자들이 흥정을 시작하자마자 매도호가에서 3000만~4000만원씩 깎자고 한다"며 "올초 값이 뛸 때 웃돈을 주고라도 사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던 것과는 딴판"이라고 말했다.
매수 희망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강남·송파구 일대나 경기 과천·용인 등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송파구 가락동의 N부동산 관계자는 "최근에는 잔금 치르는 기한을 당겨주는 조건으로 매수자 중개수수료를 매도자측이 내주는 경우도 있다"며 "매수자들이 매매 계약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