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연기금 日GPIF, '변동성 대비.. 엔저 대신 환헤지'

by김인경 기자
2015.12.02 09:39:57

달러-엔 환율 하락(엔고) 압력 커져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135조엔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공적연금(GPIF)이 환 헤지에 나섰다. 엔저를 위해 그동안 환율 변동을 나 몰라라 했던 일본도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며 안전 자산 선호현상이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2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9시22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01% 상승한 122.88~89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달만해도 달러-엔 환율은 123 선을 유지했지만 GPIF가 환 헤지에 나선다는 소식에 달러-엔 환율이 하락(엔화 강세)하고 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GPIF가 단기적으로 환 헤지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제까지 GPIF는 외화표시 상품에 투자하는 50조엔의 자산을 환 헤지 하지 않고 투자해왔다. 달러 수요를 유발해 엔화 약세를 유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돈 풀기만으로는 엔저 모멘텀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황이 바뀐 것이다.

뿐만아니라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파리 테러로 인한 이슬람국가(IS) 등으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완화 정책을 낼 가능성도 높다. 안전자산인 엔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GPIF 내부에서도 수익률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GPIF는 지난 7~9월 7조8899억엔의 투자손실을 입었다. 수익률 역시 -5.59%로 수익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일본 내에서는 GPIF가 ‘주식투자’의 비중을 너무 늘렸다고 지적한다. GPIF에서 일본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9월 말 기준 21.35%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6% 상승했다.

그러나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물론 일본 닛케이225지수까지 급락하자 수익성이 둔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결과에 일본 GPIF는 환율로 인한 변동만이라도 줄이려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장기적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GPIF가 어느 정도의 자산을, 언제까지 환헤지 하는지 등 정확한 정보가 없어 환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