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5.04.12 18:46:28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정면 돌파를 택했다. ‘제7차 세계 물포럼’ 개회식 참석차 대구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특별수사팀 구성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10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박 대통령이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자금 의혹에서 현 정권의 뿌리까지 흔들 수 있는 2012년 대선자금 의혹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이 퍼질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금융·교육·공공의 4대 부문 구조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셈이다. 이번 파문이 ‘세월호 1주기’ 정국은 물론 노사정 대타협 결렬에 따른 민주노총·전국공무원노조·전국교직원노조 연합 총파업 등의 악재들과 맞물릴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파문의 핵심이 ‘돈’ 문제라는 점에서 그 어떤 정권보다 도덕성에 자부심을 보여 왔던 박근혜 정권이기에 치명타는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역없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 수사 과정에서 일부 의혹이 진실로 드러날 경우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단호한 엄벌 의지를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4·29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의 정치적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성남 중원에 위치한 정환석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리스트의 주인공들은 수사에 장애가 안되도록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관련자 총사퇴를 주장하는 등 공세를 높이고 있다.
다만 검찰 수사로 박 대통령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로 한 만큼 현 정권의 전·현직 비서실장 등 8명의 친박(친 박근혜) 핵심 인사 중 일부는 소환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근거 없는 추측과 의혹 양산으로 혼란을 부추기기보다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신속히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