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년만에 다시 등장한 하나금융의 과제

by좌동욱 기자
2010.10.21 12:07:08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1년전 이맘때쯤 하나금융지주(086790) 주가는 롤로코스터 처럼 출렁거렸다. 당시 주가변동 주요 원인은 하나금융의 증자설이었다. 내부 검토중인 유상증자 방안이 지난해 10월5일 언론을 통해 시장에 알려졌고, 하나금융도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주주가치의 훼손이 없는 범위내에서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정부(금융위)내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되던 시기였고,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의 유상증자가 우리금융지주 인수·합병(M&A)을 사전 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당일 하나금융 주가는 가격제한폭(15%)까지 급락했고, 이후 급등락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하나금융 주가는 급락 이전 수준(4만원)을 한번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21일 하나금융 주가는 오전 11시30분 현재 7% 가량 급락한 3만3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원인은 주식시장 개장전 하나금융 최대주주인 테마섹 계열 투자회사가 하나금융 지분 전량(9.62%)을 블록딜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팔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테마섹이 `업종별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금융권 전문가들도 이런 이유가 지분 매각의 원인 중 하나라는데 공감한다.

그러나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빠르면 10월말 이뤄질 우리금융 매각 공고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는데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테마섹이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합병 계획에 대해 소극적이었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등장하는 배경이다. 
 
하나금융측 주장대로 합병회사 주가가 오른다면 현 시점에서 재무적 투자자(FI)가 굳이 주식을 전량 매각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테마섹은 매각시점도 하나금융측에 알려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우리금융과 합병 방안을 검토해왔다. 정부 소유 지분(57%) 중 절반 정도는 현금으로 사고, 나머지 지분은 하나금융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독자적으로 우리금융을 합병할 여력이 없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정부 소유 지분(57%) 가치는 7조~8조원데, 하나금융이 자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2조원 안팎이다. M&A전에 나서려면 우선 대주주를 설득해야 하고, 정부 지분 일부를 매입해 줄 재무적 투자자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간 합병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시장에 확신을 줘야 한다.

시장의 수많은 개별 투자자들과 일부 대주주들은 하나금융측 전략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병과 관련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그만큼 하나금융의 M&A 여력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행히 이날 하나금융 주가 하락폭은 오전 11시30분 현재 7%선에 그치고 있다. 개장전 테마섹의 블록딜 할인률 6%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으로, 현재까지는 우리금융과 합병 이슈보다는 시장의 수요-공급 논리를 따랐다고 볼 수 있다.

1년전 하나금융은 유상증자를 단행하지 못했다. 내부검토를 거쳐 외부공시까지 한 사실을  열흘만에 번복했다.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사석에서 "주식시장이 그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이 우리금융과 합병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정권 특혜설 보다는 시장 투자자들을 먼저 납득시켜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