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4' 뜨고 부양책까지…중국으로 향하는 돈[돈창]

by원다연 기자
2025.03.30 17:52:36

한달새 중국펀드 설정액 3000억 넘게 늘어
'딥시크'에 中 기술주 부각, 증시 랠리 이끌어
中테마 ETF 연초대비 20% 안팎 수익률
과열 우려에도 "기술주 중심 투자전략 유효"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미국 증시가 주춤한 사이 중국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하며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단기간 급등에 조정 우려가 나오지만 중국 정부의 재정 지출 방향과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고려하면 중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단 평가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주식 펀드 197개에 대한 설정액(투자금)은 1434억원 증가(27일 기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자금 유입 강도는 더 강해져 최근 한 달 기준으로 보면 3234억원이 늘었다.

올 들어 미국 증시 대비 중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 고효율의 AI 모델을 공개한 것을 계기로 중국 기술주가 재차 부각되며 중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주요 중국 주가지수의 올해 상승세를 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대형 테크 기업 30개의 주가를 반영한 항셍테크지수가 23.24%로 가장 크게 올랐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가 18.06% 올랐고, 중국 본토의 대표지수인 상해종합지수는 0.01%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10.29% 하락하고, S&P500지수가 5.11% 내린 것과 비교하면 강세가 두드러진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3년부터 AI 기술 격차 확대와 중국 내수 경기 부진으로 미국과 중국 증시간 디커플링이 심화됐지만 최근 들어 양국 증시는 재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특히 중국이 딥시크의 부상과 정부의 민영기업 지원 기조에 힘입어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세를 보이며, 미국과의 벨류에이션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신에선 지난해 미국 증시 강세를 이끌었던 ‘매그니피센트’(M7)와 비교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 기술주인 알리바바, 샤오미, 바이두, 텐센트를 ‘패뷸러스4’(팹4)로 일컫고 있다.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한 중국 정부가 과학기술 예산을 10% 대폭 증액하고, 적극적인 내수 부양에 나서고 있는 점도 중국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6일 내수 진작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30개의 포괄적인 항목으로 구성된 ‘소비 진흥 특별 행동 방안’을 내놓았다.

중국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은 연초 대비 두자릿수로 치솟으며 전체 ETF 가운데 수익률 상위권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ACE 차이나항셍테크’가 25.20% 올라 중국 테마 ETF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고,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대표기업에 분산투자하는 ‘TIGER 중국항셍25’(21.10%),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1Q 차이나H(H)’(18.44%)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 증시가 단기간 빠르게 오른 만큼 일각에선 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위니 우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증시 랠리는 2015년의 급등과 급락 사이클과 유사한 점이 있어 조만간 ‘의미 있는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 2015년 홍콩H지수는 그해 5월 정점을 찍은 뒤 다음 해 2월까지 50% 가까이 하락한 바 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중국 증시의 강세를 꺾을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는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와 예상보다 더딘 내수 회복세가 꼽힌다. 최 연구원은 “최근 중국 기술주의 독주 장세는 산업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빠르게 상승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내수 소비 경기의 뒷받침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기술 관련 재정 지출과 기업의 투자 확대 기조를 고려하면 여전히 중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는 유효하단 평가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기술 관련 재정지출 증가율을 확대하고 기술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재대출 한도 확대, 채권발행 간편화 등의 정책을 마련 중이며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은 자본지출을 대폭 늘릴 전망”이라며 “중국 기술주 위주의 매수 전략의 유효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