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뿐인 국제 대북제재 논의…기세등등한 북한(종합)

by김형욱 기자
2017.07.30 15:24:25

''北 우방'' 중·러 미온적 태도에 ''백약이 무효''
北, ICBM 성공 여세 몰아 6차 핵실험 가능성

29일 평양 광장에서 북한 시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날 밤 동해 상에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방성훈 기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국제사회 대북제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등 우방의 비호 아래 이렇다 할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 약점을 파고들듯 갈수록 기세등등해지고 있다. 이달 4일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28일 발사 성공에 고무된 북한이 곧 6차 핵실험을 감행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대응 수위를 높였다. 30일엔 B-1B 전략폭격기 2대가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과 편대 비행하며 무력 시위했다. 8월부터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도 전면 금지된다. 또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유엔 안보리)에 31일(현지시간)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CBS뉴스가 익명의 미 외교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긴장감은 여느 때보다도 크다. 북한의 ICBM 개발은 곧 북한 핵미사일의 미 본토 직접 타격을 뜻한다. 미국 내 전문가는 이번에 시험 발사한 ICBM이 알래스카는 물론 로스앤젤레스 등 미 중서부 지역까지 닿으리라 분석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 미사일방어계획 총괄 토머스 카라코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계획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는 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고민이다.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리더라도 의미 있는 추가 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의 오랜 우방이자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다. 채택되더라도 북한의 대외 교역량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빠진 제재만으론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선제공격을 포함한 군사대응도 카드로 거론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도 중국과의 전면전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을 먼저 타격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대북제재 결의를 한 후 경제분야로 제재 수위를 높여 왔다. 북한은 그러나 이후 다섯 차례의 핵무기 실험과 함께 매년 수십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했다. 올 들어서만 벌써 열한번째다.





미국은 이에 중국 압박을 통한 북한 고립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도발 직후 트위터에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이번에도 북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의 ‘신중한 행동’을 요청하는 등 북한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중국도 무역제재할 순 있지만 중국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게 될 북한 정권 붕괴가 더 큰 위협”이라며 “중국의 대북 정책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달 북한과 거래한 혐의로 일부 중국 기업과 인물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간접 제재,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그러나 북측의 도발은 이후에도 이어져 왔다. 미국 내에서도 대중 압박 방식에 대한 무용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회의 벤 카딘 의원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며 “다른 실효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다.

잇따른 ICBM 실험 성공에 고무된 북한은 갈수록 거침없는 도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직후인 지난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험에 다시 한번 성공했다”며 “이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자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이를 ‘미국이 우리를 공격하면 미 본토 역시 파괴되리란 엄중한 경고’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이 방송을 통해 ICBM의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고 손뼉 치는 영상도 담겼다.

북한이 이 여세를 몰아 곧 6차 핵실험을 시행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30일 “(북한이) 심야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ICBM을 발사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을 기습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며 “앞으로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국제 사회의 경고를 뿌리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지난해 9월이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후 웃으며 박수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하루 뒤인 29일 미사일 발사 장면과 함께 김 위원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