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05.06.23 15:26:31
한전→광주,토공→전북 등으로 이전 윤곽 잡힐 듯
탈락 지자체 반발, 벌써부터 부동산 폭등 조짐 나타나
[edaily 윤진섭기자] 정부가 23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 기관 177개 중 `빅5`로 꼽히는 한국전력(015760),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 석유공사의 이전지역이 윤곽을 드러냈다. 말도 많고,설도 많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의 틀이 드러난 것.
이에 따라 전체 177개 지방이전 대상 기관의 이전지역이 확정된 것은 물론 인력 3만2000명(본사 정원기준)과 지방세 914억원이 수도권을 빠져나가 지방으로 분산된다.
하지만 대형 공공기관 배치문제를 둘러싸고 지역간 다툼이 가시화되고,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 폭등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어 실제 이전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한전-광주,토공-전북,관광공사-강원으로 윤곽 드러나
인력과 지방세 납부실적으로 따져 이전 대상 기관 중 대어급은 한국전력과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 관광공사, 자산관리공사, 석유공사, 관광공사 등을 꼽을 수 있다.
배치안에 따르면, 정부 공기업 평가에서 이전효과 1위를 차지한 한전은 한전기공, 한국전력거래소 등 2개 자회사와 함께 광주로 이전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연간 예산 29조5000억원, 지방세 185억원(2004년 기준) 납부로 최대 공공기관으로 공공기관 이전 대상기관 중 평가에서 인력, 지방세, 효과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연간 지방세액 171억원으로 한전 못지 않은 대형 공공기관인 한국토지공사는 전북으로 이전이 가시화됐고, 도로공사는 경남으로 이전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건교부 산하 주요 기관 중 하나인 주택공사는 전라남도 이전이 점쳐지며, 제주-강원도간 유치전을 불러왔던 한국관광공사는 강원도 이전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주도에는 공무원 교육원이 옮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공사 유치를 내심 기대했던 부산지역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증권예탁결제원 등 금융산업군과 해양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국립해양조사원 등이 해양수산기능군이 배치될 전망이다.
한전 유치경쟁에서 밀린 울산에는 지역산업 연관성을 고려해 가스공사(036460)와 석유공사 중 한 곳이 배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말 공사착수, 2012년 공공기관 이전 및 혁신도시 마무리
정부는 지난달 27일 건교, 행자, 산자, 기획예산처 등의 관련 부처 장관과 국가균형위원장, 서울과 인천, 경기, 대전을 뺀 12개 시. 도지사간 기본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당시 협약서에는 시.도별 배치원칙(시도별 10~15개 기관, 직원 2000명~3000명), 혁신도시 입지선정 주체 등이 담겨져 있었다.
공공기관 이전 최종안의 윤곽이 나옴에 따라 정부는 올 연말까지 지자체와 개별적 협의를 통해 공공기관이 집단 이전하게 될 혁신도시(11곳)의 입지와 개발 방안을 정하고 이전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어 환경영향평가, 각종 인ㆍ허가, 용지보상, 사옥설계 등을 거쳐 2007년 하반기부터 공사에 착공, 2012년까지 공공기관 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탈락 지자체 벌써부터 `반발`, 부동산투기 부채질할 도화선 될 수도
이 같은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의 가장 큰 걸림돌로 탈락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꼽을 수 있다. 실제 이 같은 정부안이 알려지자, 벌써부터 지방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토지공사 유치를 희망, 한전 유치까지 포기했던 부산시는 23일 오전 긴급 모입을 열고 “지난달 27일 전국 시도지사와 국무총리가 체결한 협약서에는 한전,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11개 거대기관을 11개 광역시. 도에 한개씩 배치키로 했다”며 “그러나 한전, 토지공사, 주택공사가 전남, 전북 등 특정지역에 배치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이어 부산시는 "토지공사가 배정되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 이전 백지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관공공사 유치를 희망했던 제주도 역시 강원도 이전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긴급 대응 방침을 세우기 위한 모임을 갖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또 다른 부동산 투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될 만한 부분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한전이 광주로 이전하고, 그 해당지역으로 광주. 담양. 장성 접경지 200만평 일대로 거론되면서 주변 장성군 진원면 일대 땅값이 불과 6개월 사이에 평당 5만원에서 15만원 선으로 뛴 상태다.
이와 함께 이들 기관이 옮겨가면서 나올 부지를 둘러싼 업체간 ‘땅 확보’ 역시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돼 왔다.
실례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015760) 본사 부지는 연면적 2만9000여평, 부지 2만4000평에 4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개별 공시지가가 평당 2475만원으로 업계에선 올해 공시지가에서는 평당 3000만원은 무난히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공시지가로만 계산해도 6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에선 이 땅의 시가를 1조원~2조원을 추산하고 있다.
부동산개발 전문업체 관계자는 "이 땅의 시가는 평당 7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을 호가하고 있어, 실제 개발에 착수할 경우 땅 매각 대금만 1조원~2조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천문학적인 매각 대금과 주거지와 상업지가 뒤섞여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웬만한 기업이 뛰어들기엔 벅찬 규모”라며 “그러나 이 부지가 본격 개발될 경우 주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밖에 해당 공기업 노조원들과 `지역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정치권의 반발 등도 향후 무시못할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