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외엔 선택지 없었던 파월…`3단계 피봇`, 이제 1단계로
by이정훈 기자
2022.11.03 10:56:33
연준 FOMC,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
긴축 속도조절 시사, 최종금리는 되레 높여
3단계로 진행된 피봇, 곧 1단계 시작될 듯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기대와 우려 속에서 기다려왔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물론 연준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앞으로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인정했지만,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의 최종금리 전망을 오히려 높임으로써 시장을 실망시켰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증시 변동성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2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FOMC 회의를 마치면서 정책금리를 종전 3.00~3.25%에서 75bp 올라간 3.75~4.00%로 높였다. 무려 네 차례 연속으로 75bp 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사실 이번 FOMC 회의 이전부터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는 11월이 아닌 12월 FOMC’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11월 정책금리 결정보다는 다음달에 열릴 FOMC 회의에 대한 전망이 어떻게 제시될 것인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결론적으로, 연준과 파월 의장은 12월 FOMC 회의 때부터 정책금리 인상폭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앞으로의 정책금리는 자신들이 당초 제시했던 점도표 이상으로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말 그대로 매파적(통화긴축 신호) 발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실업률이 40여년 만에 가장 낮은 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6.2%라는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중앙은행장으로서는 통화긴축 기조를 접겠다는 얘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정치적으로, 여론적으로 금리 인상을 늦추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파월 의장이지만, 그로서도 경제지표가 뒷받침 되지 않는 한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향후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 속도 완화→금리 인상 중단→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봇·Pivot)으로의 3단계 중 적어도 1단계는 곧 시작할 것이라는 신호를 줬으니 말이다.
연준은 통화정책 성명서에서부터 “앞으로 정책금리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누적적 금리 인상,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 경제와 금융시장 동향 등을 고려하겠다”라고 해, 사실상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임을 시사했다.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파월 의장도 “이제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재평가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시점이 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좋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시기는 결정된 바 없지만, 그 시기는 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고 그 다음 회의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당장 12월 FOMC 때부터 정책금리 인상폭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당초 12월 FOMC에서 50bp보다는 75bp 금리 인상에 조금 더 무게를 뒀던 시장 참가자들의 눈높이가 50bp쪽으로 쏠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 워치(Fed Watch)에 따르면, 75bp 인상 확률은 41%, 50bp 인상 확률은 58%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피봇 2단계인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성명서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영향,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상승, 광범위한 가격 상승 압박, 수급 불균형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사건들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위험도 상존해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 역시 “지금 정책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기엔 너무 시기상조”라면서 “통화긴축은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통화긴축은 인플레이션을 끌어 내리는데 충분한 수준으로 경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한동안 더 지속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렇다 보니 피봇의 3단계인 정책금리 인하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파월 의장은 “지금은 금리 인상 속도조절보다 얼마나 더 금리를 올릴 것인가가 중요하다”면서 연준 최종금리에 주목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금 다시 경제를 전망한다면 앞선 9월보다 최종금리가 더 올라갔을 것”이라며 내년 4.6%로 제시했던 점도표 상 최종금리 전망치를 사실상 높이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너무 서둘러 통화긴축을 완화 기조로 되돌렸다가 정책이 실패하길 원하지 않는다”고도 해 금리 인하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2주일 전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금리 인상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이제 빠른 금리 인상에서 더딘 금리 인상으로 옮겨가는 것뿐이며, 진정한 피봇 논의는 아직까지 몇 개월 뒤에나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월가에선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나서기로 한 것에 더 의미를 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앞으로도 정책금리를 더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는 실업률 상승이라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야 한다”면서도 “연준도 전 세계적으로 긴축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제에 과도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릭 탱 LH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생각했던 것보단 연준과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더 확실하게 언급한 것 같다”며 “경제지표 상황을 보면서 연준이 12월 FOMC 회의 때 속도조절에 대해 합의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브렌트 실리아노 퍼스트시티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긴축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준 긴축 완화 외에도 경제 성장 둔화까지 고민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 시장 변동성은 계속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