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다른 사람 집인데 종부세 내라니”…종중들 부글부글
by김나리 기자
2022.01.25 11:00:06
타인명의 주택으로 종부세 중과받은 종중 20여곳
세무법인 통해 단체 조세심판청구 준비나서
정부, 관련 시행령 개정했으나 소급적용 못 받아
전문가 “주택부수토지 관련 조문 명확치 않아 문제"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수도권에 선산을 가지고 있는 A종중은 지난해 약 1억원에 달하는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았다. 선산 토지 위에 지어진 타인 명의 가옥 8채로 인해 다주택 종부세율을 적용 받았기 때문이다. 종중 관계자는 “선산 토지에 종중이 소유한 주택은 한 채도 없다”며 “2020년에는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 지난해 갑작스레 1억원을 부과받게 돼 조세불복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종중 토지 위에 들어선 타인 소유의 주택으로 인해 억울하게 다주택자 종부세를 중과 받은 종중들이 단체로 조세불복절차에 돌입한다.
| 다른 사람 주택인데 다주택자 종부세 부과...무슨 일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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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종중 세무를 전문으로 하는 세무법인 송우에 따르면 종중 20여 곳이 지난해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에 대한 조세심판청구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종중이란 같은 조상을 가진 동성동본 혈족들이 조상의 제사, 분묘 보존, 친목 등을 위해 모인 단체를 말한다.
이 종중들은 모두 선산 토지에 주택이 없거나 1채, 또는 비조정대상 지역 2채를 소유해 3채 이상(조정대상지역 2채) 다주택 세율 중과 대상이 아님에도 지난해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 이는 해당 종중이 소유한 토지에 무허가 건물이나 타인 명의의 주택이 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경욱 송우 대표세무사는 “종중 선산에는 6·25전쟁 당시 피난온 분들이나 마을 주민들, 종중원들이 집을 지은 경우가 많다”며 “해당 주택들이 토지 소유자 주택 수에 포함돼 종부세가 중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재산세는 물건마다 과세되고 합산되지 않지만, 종부세는 소유자 주택을 모두 합산해 과세한다”며 “본인 명의 주택이 하나도 없는 경우여도 본인 땅 위에 주택이 여러 채가 있으면 다주택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도에 토지를 보유한 B종중도 종중 명의 주택이 없음에도 지난해 다주택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됐다. B종중 관계자는 “종중 명의 주택이 없는데 종부세가 부과된 점이 이상해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옛날부터 종중 토지에 집을 짓고 거주하던 마을 주민들의 주택 3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종중 땅에 집이 있더라도 지상 건축물(가옥)은 현 거주자 명의”라며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우리 종중에 종부세가 부과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환급을 받았고, 그 후 비과세 대상이 돼 종부세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번 종부세 부과는 세무당국이 무리하게 진행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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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억울하게 종부세 폭탄을 맞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최근 투기 목적이 없는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 종중 등에는 종부세 일반 누진세율을 적용해주기로 했다.
현행 종부세법은 법인에 대해 기본공제를 해주지 않고 전년 대비 세 부담 상한도 적용하지 않는다. 세율도 1주택인 경우 3%, 다주택인 경우 6%로 일괄 적용한다.
그러나 일반 누진세율 체계를 준용하면 1주택인 경우 0.6~3.0%, 다주택이면 1.2~6.0% 세율을 적용하고, 기본공제액 6억원과 전년 대비 세 부담 상한 150%(1주택)·300%(다주택) 등도 적용한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시행되면 종중의 종부세 관련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올해 시행령 공포 이후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분부터 적용되는데다 주택부수토지 관련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천 세무사는 “시행령이 개정되긴 했지만 지난해 부과된 종부세에 대해선 소급적용이 되지 않을 뿐더러 주택부수토지만 보유한 경우에도 주택 수에 포함하는 규정이 개정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귀속 종부세와 관련해 이의신청없이 바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세불복절차는 이의신청, 감사원·조세심판원·국세청 심판청구, 행정소송 등으로 나뉜다. 고지서 발송 후 90일 이내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2월 중순까지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다만 취소 처분이 나는 게 쉽진 않을 전망이다. B 종중은 개별적으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종부세 취소 결정을 받지 못했고 추가 법적 대응을 포기했다.
이와 관련해 천 세무사는 “과세요건이나 조세의 부과징수절차 등을 법으로 정할 때는 규정을 명확하게 정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데 종부세 주택부수토지와 관련해선 세법 조문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제기할 예정”이라며 “심판청구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엔 행정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