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軍, 한미훈련 ‘계획대로’…北 SLBM 도발할까

by김미경 기자
2021.08.06 11:00:30

한미 군 당국, 사전 준비 이미 착수
코로나19 상황 고려…규모는 축소
與 찬반입장 팽팽, 文 “신중 검토” 주문
野 “文, 우물쭈물 말고 입장 밝혀야”
한미 정상 막판 결단 내릴 지 주목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꼴이다.

한미훈련 준비.. 北 도발할까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도부의 거듭된 “훈련 불가피” 입장에도 여당 의석수 3분의 1을 훌쩍 넘는 범여권 의원들은 지난 5일 공개적으로 훈련 연기를 촉구에 나섰고, 약점을 잡은 야당은 “대한민국 집권 여당이 김여정의 하명부인가”라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정작 한미 군 당국은 ‘로우키’(low-key 절제된)로 대응하며 하반기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군 당국은 “훈련 시기와 규모, 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았고 양국이 협의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규모를 축소해 실시할 전망이다.

다만 양국 막판 결단에 따라 극적인 방향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김여정 부부장의 중단 압박 담화로 한미훈련이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관계 진전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정보당국은 훈련 강행에 따른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서다. 북한은 도발할까, 관망 태세를 유지할까.

북한은 3월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 추정 발사체에 대해 26일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으며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당 비서가 이번 시험 발사를 지도했다고 전했다(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연합훈련을 ‘북침 연습전쟁’으로 간주하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남북 통신선이 복원된지 5일만인 이달 1일 발표한 담화에서 남북관계 개선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내걸었다. 김 부부장은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된다면 “(남북관계) 앞길을 더욱 흐리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했다.

국가정보원은 3일 “한미연합군사훈련(한미훈련)을 강행할 경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한미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할 경우 북한의 고강도 대응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이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제시한 북한의 군사 도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다.

2016년 8월 북극성-1형을 시작으로 SLBM 개발을 본격화한 북한은 2019년 10월 북극성-3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북극성-4ㅅ’과 ‘북극성-5ㅅ’으로 표기된 신형 SLBM 추정 미사일을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아예 모라토리엄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행정부의 변화와 비핵화 협상의 장기 교착 상황에서 굳이 ‘옛날의 약속’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압박할 유일한 방법이 군사적 도발”이라면서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를 한 뒤 벼랑 끝 전술을 쓰는 정형화된 패턴을 구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경제난 타파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북한이 굳이 추가적인 국제사회의 제재를 자초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호도 있다. 북한이 매년 반복되는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대화의 고리를 아예 끊는 자충수를 둘지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가운데 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상공에서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 및 여권 일각에서 제기한 ‘한미훈련 연기론’에도 불구하고 한미 군 당국은 계획대로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미 간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고 남북 대화가 재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훈련 중단 압박만으로 미국을 설득할 명분이 크게 부족한 탓이다.

6일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이미 10∼13일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 16∼26일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 계획아래 축소 진행하는데 무게를 두고 준비 중이다. 군 안팎에서는 지난 3월 전반기 훈련 때와 마찬가지로 본 훈련 시작 직전에 시기와 규모 등이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군사대비태세 유지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정작 북한은 김여정 담화 이후 관망 태세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도발 징후도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여권 내 내홍 및 당정 간 엇박자가 확인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한미훈련에 대한 군통수권장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연합훈련은 한미가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게 핵심이다. 연합훈련 연기를 결론 내려면 조만간 한미 정상 간의 전화 회담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지휘관 보고에서 서욱 국방장관에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한미 간) 협의하라”고 17글자 지시를 내렸다. 정상 외교를 통한 접근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일단 청와대는 의견을 취합한 뒤 주말께는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는데, 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당장에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5일자 입장문에서 “온 국민이 군 통수권자를 바라보고 있는 시국에 이런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니 실망”이라며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니 군은 처음에는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더니 점점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빠질 궁리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뜻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연합훈련을 중단하면 남북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청와대 주도로 훈련 입장을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훈련 시행 땐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도발 등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