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보증 중단·합동단속…숨죽인 주택 시장

by원다연 기자
2017.06.18 17:19:06

이달 말 분양 줄줄이 연기 불가피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숨고르기'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택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이달 말 분양을 앞두고 있던 신규 분양 단지들이 줄줄이 분양 일정 조정에 나서는가 하면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도 주춤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 업무를 전면 중단하면서 이달 말 분양 예정이었던 신규 분양 단지 상당수는 청약일을 미뤄야 하는 등 분양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HUG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이를 피해 가는 단지로 청약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양 보증 업무를 전면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에 나서는 주택 사업자는 분양 보증을 갖춰야만 지자체로부터 분양 승인을 받을 수 있어 HUG가 분양 보증 업무를 중단하면 사실상 신규 분양이 중단되는 것이다. HUG는 앞서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도 분양 보증 업무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HUG의 조치에 따라 분양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단지는 이달 말 분양 예정이었던 서울 은평구 수색4구역 재개발 단지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강동구 고덕주공5단지 재건축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구로 항동지구 중흥S클래스’ 등이다.



이달 말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건설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개관 준비가 마무리됐지만 분양 보증이 나오지 않아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고덕동에서 이달 말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역시 “오는 30일 분양 예정으로 분양 보증을 신청했지만 HUG로부터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도 숨죽이고 있다. 대책 발표를 앞두고 투자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선 데다 지난주부터 정부가 강남 등 부동산시장 과열 지역에 대한 합동점검까지 나선 때문이다. 정부의 집중 점검에 맞춰 강남권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문을 걸어잠그고 잠정 영업 중단에 들어갔다. 실제 정부의 합동점검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12일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 합동단속으로 오늘 이후 개포동의 모든 부동산들이 한동안 사무실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꼭 잘못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고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차원”이라며 일대 중개업소의 영업 중단을 알렸다.

강남권 공인중개업소들이 거래 자체를 잠정 중단하면서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주 0.21% 오르며 전주(2.02%)에 비해 상승폭이 1.81%포인트나 줄어들었다. 강남구(0.27%)와 서초구(0.34%) 재건축 단지 역시 상승폭이 전주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주 서울 전체적으로는 아파트값이 0.32% 오르며 전주(0.45%)보다 상승폭이 0.13%포인트 줄어들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시장의 눈치보기가 심화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은 관망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