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SK증권 매각될라`..공정거래법 무산 왜?

by최정희 기자
2011.04.29 11:20:43

"정진석 수석-최태원 회장 술자리..先해명"
SK그룹, 법위반 면치 못해..SK증권 매각 현실화?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나도 궁금합니다. 왜 공정거래법이 상정이 안 됐는지.."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관계자는 2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은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로 법사위 법안심사 2소위원회에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상정키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어제(28일) 논의법안에서 빠졌다. 이번 국회통과는 무산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야당에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최태원 SK(003600)회장이 술자리를 한 것에 대해 정 수석이 국민들 앞에 해명하지 않는 한 공정거래법 상정은 없다고 한다"며 "도대체 수석이 술자리 한 것과 공정거래법이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여야간사와 공정위는 지난 20일 법사소위에서 공정거래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그 다음 날인 21일 공정위 출입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이러한 사실들을 전했다. 그러나 야당은 "우리는 합의한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20일 여야 간사와 법사위원장 등이 모여 공정거래법을 통과시키기로 하고 시행시기만 따로 정하자고 했는데 언론에 난 정무수석과 최태원 회장과의 술자리를 이유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제한요건 유예기간은 7월 2일에 종료돼 그 이전까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으면 SK는 보유중이던 SK증권(001510)을 팔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 수석과 최 회장이 술자리를 한 것이 공개되면서 'SK로비설'이 불거졌다.



야당쪽에선 "특정기업(SK)에 혜택을 주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통과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공정위는 "SK가 문제가 된다면 법 적용대상에서 빼면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 SK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게 입증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되 시행시기를 3개월간 유예할 수 있다는 안'을 언론을 통해 제시했다. 즉, 지주회사 유예기간이 돌아오는 기업 중 SK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야당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야당은 "정 수석이 국민들 앞에서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법 통과도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러한 정치적인 공방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4월 국회도 그냥 지나치게 됐다.


공정거래법이 6월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SK그룹은 법 위반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월 2일 전에 국회 통과를 거친 후 대통령 인가를 받아 최종 공포돼야 하는데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다해도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더라도 과징금 수위는 낮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등 제재는 전원회의에서 9명의 위원들이 결정하는데 법위반 상태에 놓이게 된 경위나 해당 기업의 경영상태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의 법 통과 지연으로 법 위반상태에 놓이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경고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그나마 CJ(001040)그룹은 지주회사 제한요건 유예기간이 9월 3일까지이기 때문에 6월 국회에서 통과된 후 현재의 개정안대로 시행시기가 '공포 후 즉시'로 바뀌지 않는다면 CJ창업투자를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치상황은 언제나 뒤바뀔 수 있어 6월 국회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정부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법사위가 '법의 자구체계'를 살펴본다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정부 정책에 대한 야당의 검열을 받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