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한국기업>⑪녹색혁명, 산업지형을 바꾼다

by전설리 기자
2011.03.25 12:31:00

[창간기획 코리아 3.0]제3의 산업혁명 `녹색혁명`이 온다
태양광·2차전지 폭발적 성장 예고..한화·LG·SK 등 `승부수`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태양은 약 50억년 동안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지구에 공짜로 보내고 있다. 태양 중심부에서 생성된 에너지는 70% 가량이 대기권에 도달한다. 이 가운데 67%가 지표면까지 온다. 결국 지구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의 절반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셈이다.

고유가 시대와 더불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현실화되면서 석유를 대체할 신에너지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현실성 있는 대체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태양광.
 
태양광 발전은 최근 일본과 주변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원자력 발전이나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화력 발전에 비해 방사능, 이산화탄소 오염 등 부작용이 없는 깨끗한 에너지원이다. 또한 풍력이나 지열 발전과 달리 지역이나 규모에 관계 없이 설치 가능하고, 유지보수 비용도 저렴해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이같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세계 태양광 산업은 매년 20% 이상 쑥쑥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300억달러 정도.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해마다 15%씩 고성장해 2020년 시장 규모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자동차 엔진을 대체할 새로운 심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2020년 350억달러)를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세계 자동차업체들의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태양광, 2차전지 등 신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제3의 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산업혁명과 정보기술(IT) 혁명에 이어 일명 `녹색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지각변동은 산업 지형도를 다시 한번 뒤흔들어 놓을 태세다. 새로운 블루오션에서 더 큰 파이를 차지하려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 기업들도 녹색혁명에서 `제2의 애플`이 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 한화솔라원 중국 생산라인
"2020년까지 태양광 세계 1등"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밝힌 목표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모듈 기준으로 세계 4위 태양광업체인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 사명을 `한화솔라원`으로 바꾼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로 한화는 세계 1위 태양광 생산용량을 자랑하는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뿐만 아니라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발전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한화솔라원은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규모를 올해 말까지 1.3기가와트(GW), 1.5GW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태양광 기술 개발업체인 1366테크놀로지의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 세계 첨단기술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태양광 연구소 `한화솔라아메리카(Hanwha Solar America)`를 설립했다.

한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대규모 생산설비와 기술을 동시에 갖춰 태양광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화석연료와 태양광의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시점, 2010년~2015년으로 점쳐지고 있음)`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 늘린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7월1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주 홀랜드시 LG화학(051910) 전기차 배터리 기공식 현장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한국 공장 방문으로 상징적이었던 이 이벤트로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 선두주자(First Mover)임을 세계 시장에 알렸다.
 
▲ 출처: LG화학, 각종 리서치 자료 취합
 
1999년 국내 최초로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소형 2차전지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 LG화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덕분에 경쟁사 대비 빠른 속도로 시장을 선점, 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LG화학은 현대기아차는 물론 유럽 볼보와 르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중국 장안기차 등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들을 고객사로 꿰차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생산설비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충북 오창테크노파크에 2013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연산 6000만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공장에도 약 3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2000만셀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두 공장의 연산 규모를 합치면 총 8000만셀. 이는 전기차 쉐보레 볼트 기준으로 35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이다. LG화학은 이같은 대규모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한다는 목표다.
 

▲ SK이노베이션 기술원에서 한 연구원이 2차전지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젠 (전기차 배터리) 후발주자 꼬리표를 떼어달라" 구자영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은 지난달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 AMG의 전기 슈퍼카 모델인 `SLS AMG E-CELL`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뒤 이같이 말했다.

일찌감치 2차전지 소재인 분리막(LiBS, Lithium-ion Battery Separator)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 3위를 기록하며 `소재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SK이노베이션은 완성품인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도 나서 결실을 맺고 있다.

2009년 10월 독일 다임러 그룹 산하 미쯔비시 후소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장착될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현대차가 국내 첫 순수 전기차로 양산 예정인 `블루온`과 기아차의 차기 양산형 전기차 모델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메르세데스 AMG의 전기 슈퍼카 모델에 대한 배터리 공급은 기술력을 전세계에 입증한 것이라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부품소재부터 최종제품까지 전 과정의 기술을 확보, 소재 국산화에 기여함은 물론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