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18.10.16 09:29:41
추워지면 급증하는 전립선비대증 ... 상당수 감기약에 포함된 항히스타민, 에페드린 성분이
요도 조이고 방광근 수축 방해, 평소보다 소변 보기 힘들어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김(68)모씨는 최근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콧물, 기침 증상으로 이틀째 종합감기약을 복용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친구들과 모임에서 과음을 한 후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고 소변이 나오지 않아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김씨는 요도를 통해 도뇨관을 방광에 삽입하자 1,200㎖의 진한 소변이 배출됐다. 도뇨 후 환자의 전립선을 만져보니 정상 젊은이보다 약 3배 이상 커져 있었다.
김씨는 평소 소변줄기가 약하고, 밤낮으로 소변을 자주 보며 간혹 끊어지고 피곤하면 힘을 주어야만 소변이 나오는 증상이 수년간 있었으나 늙으면 다 그런 것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그냥 지내왔었다. 하지만 최근 잦은 감기약 복용으로 인해 평소 앓고 있던 전립선비대증 증상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이처럼 쌀쌀해지는 환절기에는 감기약만 복용했을 뿐인데, 평소보다 소변 보기가 힘들어져 병원을 찾아와 전립선비대증을 발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 감기약 복용했다 전립선비대증 발견하는 경우 많아
전립선비대증은 만성질환으로 천천히 진행되어 평소에는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겨울철,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감기약 복용으로 인해 전립선비대증을 발견하거나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은 시중에 파는 상당수의 감기약(콧물, 가래, 종합감기약)에 포함된 항히스타민 성분과 에페드린 성분이 방광근의 수축을 방해하거나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요도를 조이기 때문이다.
조희주 을지대 을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요즘같이 기온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이 감기약을 복용하고 증상이 악화되거나 아예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찬 채로 배출되지 않아 외래나 응급실을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상당수의 감기약에 요도를 조이거나 방광의 수축력을 약화시키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전립선비대 증상이 있는 사람은 평소보다 소변 보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여다.
전립선은 남성 생식 기관 중의 하나로 방광의 바로 밑에 위치하며 정액을 생산하는 기능을 한다. 요도는 방광에서 저장한 소변을 배출시키는 ‘소변이 지나가는 길’로서 전립선의 중앙을 통과하는 구조다. 이러한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거나 전립선이 커지게 되면 전립선을 통과하는 요도가 압박되어 배뇨장애가 생기거나 방광 및 골반에 통증이 생겨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 60대 60%, 80대에선 80%가 전립선비대증
전립선비대증이란 말 그대로 전립선이 커지는 질환이다. 전립선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커지는데 60대에서 60%, 70대에서 70%, 80대에선 80%의 남성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전립선 비대증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다.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계속 증가 추세인데, 실제로 국내에서도 10년 전에 비해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2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식생활의 서구화, 노령인구 증가,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게 주요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로 인해 전립선 가운데 위치한 요도가 좁아져 배뇨 시 힘이 들거나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고 배뇨 후에도 잔뇨감을 동반, 방광을 자극해 자주 소변을 보거나 심한 경우 전립선 혈관이 충혈돼 배뇨 시에 피가 나오기도 한다.
◇ 졸졸졸~ 가늘어진 소변 줄기, 잔뇨감 등이 주요증상
전립선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요도가 좁아져서 생기는 소변 배출에 어려움을 느끼는 증상이다. ▲배뇨 후 잔뇨감 ▲소변 줄기가 끊어짐 ▲약한 소변 줄기 ▲소변이 금방 나오지 않고 힘을 주어야 나온다 등이다. 두 번째는 방광의 자극증상이다 ▲배뇨 후 2시간 이내에 다시 소변이 마렵다 ▲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 힘들다 ▲밤에 자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깬다 등이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진단은 항문에 직접 손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고 상태를 검사하는 직장 내 수지검사와 직장 초음파 검사로 진단한다. 초음파 검사는 전립선의 크기, 모양, 음영 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소변 줄기의 이상 유무 및 증상의 경중을 구분하기 위해 요속 측정기 및 잔뇨 측정을 통해 치료 전 배뇨기능의 상태와 치료 후 증상의 호전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직장 내 수지검사를 통해 전립선을 만졌을 때 돌출되고 딱딱하게 만져지는 경우는 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때는 전립선암의 종양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혈액 내 PSA 수치를 측정해 전립선암 여부를 결정한다.
조희주 교수는 “겨울이 되면 여름과는 달리 배뇨 증상의 악화나 소변이 방광에서 가득 찬 상태로 전혀 배출되지 않는 극심한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급증한다”며 “앞서 언급한 감기약도 중요한 원인이지만 그 밖에 갑자기 떨어지는 기온, 음주 후 갑자기 증가하는 소변의 양도 방광에 무리를 줘 전립선 비대증 증상악화에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외부활동 시 낮은 기온에 대비하고 음주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고, 50대 이상의 남성의 경우 평소 전립선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