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7.01.15 15:43:31
산업부 "중국과 고위급 만남 검토..보호무역 의제"
한중FTA 이어 다보스포럼까지..무역보복 이슈
한국 겨냥 비관세장벽 절반이 中..업계 "고충 심해"
회담 실효성 불투명.."적극 대화하고 압박 높여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17일부터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중국과 양자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통상 현안을 논의할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회동이 성사되면 지난 주에 이어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무역보복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전망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 대표격으로 출국한 주형환 장관은 오는 1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중국 측과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이다. 이번 총회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기 때문에 상무부 등 주요 고위급 각료들이 대거 참석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측과 만나는 일정을 살펴보는 중”이라며 “만남이 성사되면 보호무역주의, 4차 산업혁명 등을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최근 중국과의 교역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출업계에서 ‘사드 보복’ 논란이 거세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에서 △한국산 화장품 수입 거부 증가 △관광·항공·문화·방송 분야에 대한 한한령 △삼성SDI(006400)·LG화학(051910)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배제 등을 언급하며 중국 측에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 같이 사드 보복 논란을 조목조목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아니다”라고 사드 보복을 일축했지만 최근 들어 양국 간 ‘무역 장벽’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드 보복 때문인지 몰라도 규정 위반을 이유로 수출 차질을 겪는게 요즘 많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통관을 지연시키는 등 수출업계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인 비관세장벽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파악한 한국에 대한 전 세계 비관세장벽 49건 중 중국이 한국에 부과한 것이 26건(53.1%)으로 가장 많다. 삼성SDI·LG화학의 삼원계 배터리 보조금을 중지하거나 삼계탕 수입허용 절차를 지연시키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수입품을 제한하는 조치가 여전하다.
정부는 이번 다보스포럼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 같은 무역 현안을 거론하기에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사드 보복이 ‘불합리한 보호무역에서 벗어나 자유무역을 확대하자’는 다보스포럼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공식적으론 중국도 자유무역 확대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시진핑 주석은 스위스 유력지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기고문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할 것”이라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무역과 투자시스템 진작에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 안팎에선 중국과 양자·다자 대화와 병행해 ‘압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중국이 경제보복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형환 장관은 “국제법규 위반 조치가 나오면 관련 (WTO) 분쟁해결 절차를 포함해 이의제기를 적극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화장품 수입 불허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잇단 조치가 국제법상 적법한 근거가 있는지 따져보고 제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난 12일 중국의 관영언론 차이나 데일리는 사설에서 “조만간 사드를 둘러싼 외교적 냉각 파급효과는 (화장품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지금은 정부가 중국에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관세를 제외한 모든 무역 관련 장벽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입품에 부과된다. 통관을 지연시키거나 제품 표준·인증을 거부하는 규제가 대표적이며 위생검역(SPS), 무역기술장벽(TBT) 등 범위가 넓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1971년 창립한 국제민간 포럼(회장 클라우스 슈밥)이다. 대통령·총리 등 각국 원수급 인사를 비롯해 주요 기업인·경제학자·정치인이 참석해왔다. 올해 47회 포럼에서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 주제로 각국 인사 3000여명이 참석해 400여개 세션을 논의한다. △4차 산업혁명 △보호무역주의 △세계경제 불확실성 △포퓰리즘 △기후변화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