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 전국 70만 촛불 …'즉각퇴진' '조기탄핵' 함성(종합)
by사건팀 기자
2016.12.24 22:03:00
광화문광장 60만 등 전국 곳곳서 '촛불 축제'의 장 펼쳐
경찰 차벽에는 올해 사자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내걸려
보수단체, '야광 태극기'로 맞불집회 "탄핵무효" 주장
|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조속한 탄핵 심판 촉구하는 9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산타복장을 하고 함성을 외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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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전상희 기자] 체감온도가 종일 영하권에 머문 쌀쌀한 날씨에도 60만(오후 8시 30분 기준·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24일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50여 곳에서 주최 측 추산 70만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끝까지 간다! 9차 범국민행동-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 청산 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성탄절 전야인 만큼 이날 집회에는 산타 복장을 한 가족이나 연인 단위 참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을 추모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등장하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가수 윤종신씨의 ‘그래도 크리스마스’ 뮤직비디오 영상으로 시작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조기 탄핵, 적폐청산 등을 촉구했다.
민변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우리는 시민 혁명의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며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고 검찰이 박근혜를 피의자로 입건하게 한 것도 우리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사전 공연 퇴진 콘서트 ‘물러나쇼(SHOW)’무대에 오른 가수 이한철씨는 “TV를 보고 집회에 나와보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콸콸콸 흘러 바다를 포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박근혜정권퇴진청년행동’은 ‘청년산타’를 모집해 집회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아내·딸과 함께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집회에 참가한 양재식(59)씨는 “매주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집보다 광화문 집회 현장에 있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헌법재판관에 국민 엽서 보내기’ 행사도 열렸다. 김임주(40·여)씨는 “부정부패와 비리를 없애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바라는 마음으로 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의 경찰 차벽에는 박 대통령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구속된 모습을 담은 스티커가 붙었다. ‘강물이 배를 뜨게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라 쓴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두 딸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참가자는 발언대에 올라 “광화문에 나온 교복 입은 청소년을 보며 참 미안했다”며 “투표하지 않은 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대신해 다음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죄송하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1분 소등 행사까지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6시 30분부터 청와대와 삼청동 총리 공관, 헌재를 향해 도심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헌재 인근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외쳤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도 헌재 방향 행진 대열에 참여했다. 단원고 2학년 5반 고(故) 이창현 군의 명찰을 달고 행진에 참여한 아버지 이남석씨는 “수백만 국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엉뚱한 오판을 내리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국민들의 뜻을 듣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모여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 등 축제를 즐겼다. 가수 연영석, 성악가 루이스 초이, 서울재즈빅밴드 등이 공연을 선보였다. 시민들의 캐럴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공연도 진행됐다.
| 24일 서울광장 인근에서 박사모 등이 주축이 돼 꾸린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도로 탄핵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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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등 보수단체 50여개가 모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비선실세 의혹은 조작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 탄핵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촛불보다 더 거대한 태극기 물결 때문에 탄핵이 반드시 기각될 것”이라며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라 하는데 역대 정권에서 비선실세가 없었던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또 “바람을 피운 배우자는 몸만 버렸을 뿐이지만 자기 당 대통령을 종북에 내준 이념의 배신자가 훨씬 악독하고 질이 나쁘다”며 탈당한 비박계를 향해 비난도 쏟아냈다.
참가자들은 ‘나의 조국’ 노래에 맞춰 “대한민국 만세”를 삼창하고 태극기를 흔들면서 “태극기로 탄핵을 막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촛불은 적화통일 종북세력” “때려잡자 촛불 좀비세력”이라는 등 촛불집회 측에 거친 말을 쏟아냈다.
집회 1부를 마친 이들은 프라자호텔을 지나 한국은행 방향으로 행진한 뒤 오후 5시 40분쯤 대한문 앞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배신자 김무성, 유승민 즉각 출당” 등을 외쳤고 일부 50~60대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이들은 오후 8시45분쯤까지 집회를 이어가다 해산했다.
앞서 오후 2시에는 다른 보수단체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이 주최하는 탄핵무효 집회가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무대에 오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도 많지만 잘한 일이 더 많다”고 옹호했다. 이어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에 대해 “보수단체 집회에 나오는 사람을 극우라고 비난하고 사드 배치 반대·개성공단 재개를 주장하는 사람”이라며 “인명진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안 된다는 결의를 해달라”고 참가자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는 탄핵안 가결에 동참한 새누리당 비박계를 ‘대통령이 좀 몰리니까 등에 칼 꽂고 돌아서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집회 후 덕수궁 대한문으로 이동해 탄기국 집회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