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갤노트7 들고 출근..사장단은 日위기극복 경청(종합)

by양희동 기자
2016.09.21 10:49:43

이 부회장 수요사장단회의날 이례적 아침 출근
갤노트7 들고 아이폰 언급하며 책임경영 의지
모교인 게이오대 교수는 日기업 장기불황 강연

△이재용 부회장이 21일 오전 왼손에 갤럭시노트7을 들고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21일 전량 리콜이 진행 중인 ‘갤럭시노트7’(골드)를 왼손에 들고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지난 19일부터 제품 교환이 시작된 갤럭시노트7을 직접 들고 사태 수습과 책임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갤럭시노트7 골드는 중국에서 폭발사고가 났다고 알려졌으나 자작극으로 밝혀진 모델이다.

이 부회장은 또 사장단을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 중 1명이 아이폰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저기만 아이폰이다”라고 언급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갤럭시노트7의 판매 재개와 다음달말로 예상되는 아이폰7의 국내 출시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수요일인 이날 오전 7시 15분께 서초사옥 1층 정문을 통해 회사로 들어왔다. 매주 수요일은 삼성 사장단회의가 열리는 날로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그동안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선임 사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수요일에는 사장단과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고 다른 시간대에 출근해왔다. 이로 인해 그가 이날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책임경영을 강조하려는 이례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사장단회의에 강사로 나선 인물과 주제도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 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회의에서는 사장단이 다양한 주제로 초청 명사의 강연을 1시간 가량 듣는다.

이날 강사로 나선 사람은 이 부회장의 모교인 일본 게이오대의 야나기마치 이사오 교수였다. 그는 한국 기업에 정통한 학자로 2010년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도 참석해 ‘호암의 인재경영’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바 있다.

이사오 교수가 강연한 주제는 ‘일본기업의 장기 불황 극복’이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극복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부분은 이 부회장이 1994년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에서 쓴 석사 논문 주제가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었다는 점이다. 이 논문에서 그는 당시 일본이 기업의 해외 진출 급증에 따른 산업 공동화로 인해, 실업자가 늘고 내수가 침체하고 있다고 분석했었다. 이날 이사오 교수가 사장단에게 들려준 내용과 무척 닮아있다. 이 부회장이 20대 대학원생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 리콜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의 현재 상황과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 속에 그룹의 미래를 사장단이 함께 생각해보자는 고민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의에 참석한 사장단도 강의를 듣고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였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은 “우리도 (일본처럼)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